「재야노인」로스 페로 클린턴정부 맹렬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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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젊고 패기만만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지금 한「재야노인」에 의해 정치적 장래가 위협받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로스 페로(62)가 바로 그 사람이다.
지난해 12월 무소속 대통령후보로 출마, 전체투표수의 19%를 득표해 선풍을 일으켰던 페로는 대선패배에도 불구하고 최근자신의 사조직을 강화하며 클린턴정부의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하는등 그 기세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페로는 특히 클린턴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맹렬히 질타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3백억달러를 투입한다고 하자 『4조달러의 적자가 있는 판에 어림도 없는 소리』라며 코웃음쳤다.
그는 또 클린턴정부의 경제정책 입안자들을 지칭, 「시인」「철학자」「꿀벌을 키우는 양봉가」들이라고 비아냥거리고 『그들 중 누구도 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으며 한자리의 일자리도 창출하지 못했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대통령선거후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정치일선에서「클린턴정부의 감시역」을 자처하고 나선 페로가 이처럼 강도높은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은 지난 선거에서 자신이 얻은 득표수에서 나온 자신감 때문이다.
페로는 자신의 정치조직「미국을 대표하는 사람들」강화차원에서 조직충원과 자금조달에 적극 나서고있다.
이 조직을 통해 클린턴정부의 가장 큰 부담인 예산적자 감소방안등 선거공약 이행여부를 감시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페로는 96년 대통령선거에서 클린턴대통령의 만만찮은 라이벌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페로야말로 클린턴의 유일한 경쟁자요 유일한 야당 지도자』라는 칭송이 미국 각계 각층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페로의 인기도는 계속 상승세. 워싱턴 포스트지와 ABCTV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통령선거유세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페로의 인기율은 높아봐야 24%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 2월에는 무려 51%로 껑충 뛰어올랐다.
페로는 자신이 96년 선거에 출마할 의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로 높아가는 인기와 함께 그의 정치적 조직확대는 제3당 결성을 목표로 한것이거나 아니면 96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있게 대두되고 있다. <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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