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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환제 악용 막을 시민의식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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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금 지역별로 7월 1일부터 발효된 주민소환제가 큰 관심을 끌며 논의가 분분하다. 수도권에서는 하남·판교·성남 등에서 시장의 소환발동을 거론하고, 경남에서는 거제의 시의원 소환운동을 거론하고, 전남에서는 해남과 장흥에서 소환이 거론되고 있다.

 위법 또는 부당행동을 저지른 선출직 공직자들을 보며 발만 구르다가 주민소환제를 갖게 된 지금, 파장이 큰 이 제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장단점에 대한 균형 있는 평가는 절실하다. 주민소환제는 ‘유권자인 주민이 자기 지역에서 선출된 공직자가 잘못을 저지르거나 불만이 있을 때 정해진 수의 유권자 서명을 받아서 소환, 즉 해임을 청구하고, 3분의 1 이상의 유권자가 투표해 그 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임기 중 해임하는 정치적 절차’다. 주민소환은 사법적 절차가 아니며, 따라서 ‘정치적인 선택에 따라 발동되고 마무리되는 절차’다.

 주민소환제는 양날의 칼이다. 이것은 무책임한 공직자를 통제하는 효과와 유권자에게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소외감을 치유하고, 소환발동부터 투표까지 찬반운동을 통해 유권자를 교육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또 이러한 장치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직자들을 조심케 해 일탈을 예방하고, 때때로 대립이나 갈등을 분출케 해 심각한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막아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주민소환은 대표제의 기반을 흔들고 소수가 나쁜 목적을 위해 오용·남용·악용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또 선거를 한 번 더 치르는 셈이므로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고, 유능한 인재가 공직을 외면케 할 수 있으며 소신보다 인기에 영합해 일을 처리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다.

 공론화된 우리 주민소환법은 제7조 제1항에서 ‘소환사유를 서면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여’라고 해 주민소환을 사유를 제한하지 않는 포괄적 규정으로 했다. 따라서 그 오·남용 또는 악용의 소지는 선택한 우리가 현명하게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 다음, 제21조에선 ‘소환투표 공고일 이후 해당 공직자의 직무권한을 정지’토록 했다. ‘직무권한 정지’는 논란의 여지가 크고 문제도 심각하다.

 이제 주민소환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방자치제도의 하나가 됐다. 그러나 주민소환제가 정착되자면 무엇보다 건강한 언론과 건강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언론은 소환청구의 사유부터 찬반운동, 그리고 투표까지 균형 있고 정확하게 보도함으로써 여론 선도기능과 유권자 교육기능을 수행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은 지방자치와 주민소환의 주체로서 그에 관한 정확한 식견과 지역사랑을 가지고 ‘나쁜 마음을 먹은 소수가 주민소환을 악용하는 것’을 견제해 공직자의 소신 있는 정책 선택을 보호할 책무가 있다. 주민소환과 관련해 지역의 건강한 정치적 다수가 침묵하고 방관한다면 그와 그 지역에 3중·4중의 피해로 돌아오고,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자해로 귀결된다.

김영기 경상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