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해소방안 “힘겨루기”/미·일 정상회담 무슨 말 오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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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개방확대”“경쟁력 제고”맞서 결론 못내/북한핵 제재·설득안 구체적 논의성과
빌 클린턴 미 행정부 출범후 처음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노력방안·미일 안보협력방안·대러시아 지원 등이 논의됐으나 역시 미일 무역적자 해소방안에 관해 논의가 집중됐다.
이에따라 클린턴대통령과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일 총리는 공동기자회견 석상에서조차 이를 둘러싸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미국 기업이 미국 땅에서 물건을 팔기보다 일본에 물건을 팔기가 훨씬 어렵다. 일본시장은 반드시 더 많이 개방돼야 한다』는 클린턴대통령의 공박에 미야자와총리는 『미국은 경쟁력을 더 높이고 수출촉진정책을 써야한다』고 반박했다. 미야자와총리의 주장은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가 일본의 시장폐쇄 때문이 아니라 미국상품의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야자와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에서는 이번 기회를 미일 무역적자 해소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의지가 각계에서 표명됐다.
지난해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는 4백90억달러.
올해도 지난 1,2월 두달간의 적자합계가 1백40억달러에 달해 적자폭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현재 1백95억달러 규모의 직업창출 및 경기진작안을 의회에 제출해놓고 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유보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 5백억달러의 대일 무역적자를 그냥 넘길 수 없는 입장이다. 무역적자를 10억달러만 줄여도 일자리 2만∼3만개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무역을 선거공약으로 걸고 당선된 클린턴으로서는 전체 무역적자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으로부터 확답을 받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클린턴대통령은 자동차·컴퓨터 등 공산품에 대한 일본의 개방을 촉구하면서 분야별로 구체적인 실현안을 요구했다.
대일무역적자의 대부분이 하이테크 상품에서 비롯된 것인만큼 일본이 미국의 자동차부품·컴퓨터·광통신기기 등의 수입을 늘리고 금융·보험시장 등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두 정상은 구체적인 방안에 합의하는데는 이르지 못하고 앞으로 3개월안에 구체적인 적자축소 방안에 대한 협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울러 매년 두차례씩 정례적인 미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미일 무역문제 외에 북한의 핵확산 금지조약 탈퇴와 핵무기 개발에 대한 대응방안이 양국 정상간에 심도있게 논의된 점도 이번 정상회담의 수확중 하나다.
양국 정상이 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힌바에 따르면 양국은 북한의 국제핵조약 탈퇴와 핵개발 문제해결을 위한 제재와 설득방안을 놓고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돼있다.
클린턴대통령은 가능한 모든 방안이 논의됐으며 특히 경제제재와 설득방안 등에 대한 논의와 설득할 주체에 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혀 미일 양국의 북한핵문제 해결의지를 천명했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일본의 지원폭 증대에 관한 내용발표가 없어 이에 대한 논의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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