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암은 유전보다 환경이 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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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암은 많은 사람의 관심사이지만 의외로 암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음의 열가지 질문을 보자.
①발암인자가 몸에 들어오면 모두 암을 일으킨다. ②발암인자는 직접 암을 일으킨다. ③발암물질을 제거하면 암이 치료된다. ④암환자가 발암인자에 노출되면 암이 악화되거나 재발한다. ⑤암은 대부분 유전된다. ⑥암은 전염된다. ⑦불규칙한 생활로 피로가 쌓이면 암이 된다. ⑧오래된 음식, 상한 음식은 암을 일으킨다. ⑨자연식은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 ⑩암세포가 다른 조직으로 옮아가면 그 조직도 바로 암으로 된다.
이 질문에 대해 모두 맞다고 대답한 사람은 크게 잘못된 암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정답은 모두 「틀렸다」다.
서울대의대 김용일교수(병리학)는『발암인자가 몸에 들어왔다고 해도 바로 암에 걸리는 것이 아니며 발암인자의 작용을 돕는 여러 가지 다른 과정이 잇따르는 경우에만 암에 걸리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발암인자 단독작용으로는 암이 될 수가 없고 촉진인자라고 불리는 다른 인자가 뒤이어 들어와 작용해야만 비로소 암에 걸린다는 실평이다.
예를 들면 나프탈아민이라는 화학원료는 간암을 일으키는 발암인자지만 몸에 들어가더라도 절대 바로 암을 만들지 못한다. 다만 간세포를 상하게 하고 암의 전 단계로만 변화시킬 뿐이다. 이 변화된 세포가 무한히 증식하려면, 즉 암이 되려면 다른 촉진인자가 반드시 별도로 있어야만 한다는 것.
게다가 정상세포를 암의 전단계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몸에 들어온 발암인자의 양이 어느 수준 이상이 되어야만 한다. 서울대보건대학원 백남원교수(독성학·산업보건)는 『단지 발암인자가 몸에 들어온다고 해서 세포가 다 변화하는 게 아니고 일정수준 이상의 양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똑같은 양의 발암인자가 몸에 들어와도 암 발생은 개인차가 크다. 서울대약대 정진호교수 (위생학· 독성학)는 『발암물질의 99%는 우리 몸의 효소에 의해 다른 물질로 바뀐 다음에야 비로소 정상세포를 공격하는데 사람마다 효소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암을 일으키는 정도도 다르다』고 실명했다.
또 환자가 발암인자에 더 노출됐다고 해서 암이 악화되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아울러 발암인자를 제거한다고 암이 치료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서울대의대 안윤옥교수 (예방의학)는『세균에 의한 감염질환은 세균을 제거하면 낫지만 암은 원인을 제거한다고 해서 치료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암이 생긴 후에는 발암인자를 제거한다 해도 치료나 재발방지에 별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암유전자라는 용어가 있어 암이 유전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우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암 연구소 김주항박사 (혈액종양내과)는『아이들의 눈 암인 망막아세포증 등 극히 일부만 유전될 뿐 유전성 암은 거의 드물고 대부분의 암은 환경요인에 의해 생기는 것』 이라고 말했다. 암유전자란 암세포를 무한히 증식하도록 지시해 새 암세포를 만드는 것일 뿐 세대를 이어 유전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
또 환자의 암세포가 다른 사람에게 들어가 전염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암은 전염될 가능성이 없다. 김용일교수는『살아있는 암세포가 다른 사람에게 들어가는 수도 거의 없는데다 그래봐야 면역작용으로 거의 죽어버린다』며 이는 암환자 신체내 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전이의 경우에 대해서도『암세포가 암환자 신체 내에서 혈관 등을 따라 다른 장기로 들어가도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잡아먹기 때문에 암세포가 다른 부위에 간다고 모두 새 암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불규칙한 생활이나 피로, 오래된 음식, 상한 음식 등은 성인병이나 세균감염의 우려를 높여주지만 암과 연관성이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자연식이 암예방과 치료에 좋다는 주장이 있으나 정교수는 『자연식이라고 암 예방에 무조건 좋고 인공첨가물 등이 든 가공식품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자연식품에도 여러 발암성분이 있으나 양이 아주 적거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을 뿐이라는 것. 인공첨가물은 대개 단일성분이라 발암성 확인이 쉽고 새 물질은 반드시 사전에 확인토록 하고있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 채인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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