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구소쿠데타 “술김에 일으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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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모자 재판 시작 일부 “마셨다” 시인
술김에 일으킨 쿠데타를 술김에 막아냈다? 세계적 관심속에 14일 시작된 러시아의 「쿠데타재판」에서 주모자들의 음주여부가 가외의 흥미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91년 8월 발생한 구소련 쿠데타 주모자 12명을 기소한 검찰측이 쿠데타당시 주모자들의 음주여부를 조사키로 한 것.
이와 관련,당시 부통령으로 비상사태위원장을 맡았던 겐나디 야나예프의 음주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 그는 거사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손을 심하게 떠는 장면을 노출,그날 아침 대취하도록 마셨다는 소문을 불러 일으키면서 「술김의 쿠데타」설의 진원지가 됐다. 그는 재판개정을 앞두고 『워낙 중대사안을 발표하다보니 긴장돼서 떨렸을뿐 취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하는 등 진화작업에 부심하고 있다.
구정치국원으로 쿠데타에 가담했던 올레그 셰닌도 『몇몇은 보트카를 마시고 몇몇은 위스키를 마셨다』며 음주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두 세잔밖에 안마셔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또 너무 취해 부총리가 직무를 대신 했을 정도라는 소문이 돌았던발렌틴 파블로프총리의 경우 사건당시 주치의에 의해 『그가 당일 아침 제정신을 잃도록 취해 어렵사리 술을 깨게 해주었으나 그날 오후 다시 보트카에 절이도록 마셔댔다』는 사실이 폭로됐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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