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335i 컨버터블] 전동식 금속 지붕 도입 '변화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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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고집을 꺾었다. 앞뒤 무게 배분의 변화가 심하다며 곁눈질조차 않던 전동식 금속 지붕을 도입했고, 응답성이 떨어져 양산차엔 쓰지 않겠다던 터보차저를 휘발유 엔진에 붙였다. 335i 컨버터블은 BMW가 창사 이래 꿋꿋이 지켜온 원칙을 한순간에 허문 주인공이다.

 금속제 전동식 지붕을 도입한 건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닫았을 때 밀폐성이 뛰어나 소음이 적고 도난이나 해코지 걱정을 안해도 된다. 직물 소재보다 관리도 편하다. 또 쿠페와 컨버터블 두 대의 차를 거느린 듯한 만족감을 준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짐 공간도 350L나 된다.

 지붕을 여닫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변속기 레버 근처의 스위치만 누르면 된다. 20초 남짓 만에 톱이 세 조각으로 쪼개지고 한데 포개져 트렁크 안으로 감쪽같이 사라진다.

 납작한 보닛 아래엔 직렬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이 숨어 있다. 모델 이름은 335i지만, 배기량은 3.0L.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40.7·m를 낸다. 자동 6단 변속기는 스티어링 휠의 버튼으로 수동처럼 조작할 수 있다. 시동은 네모 모양의 키를 구멍에 끼워 넣은 뒤 버튼을 눌러 건다. 엔진의 숨통을 트자 텁텁한 느낌의 배기음이 나지막이 깔린다.
 가속 성능은 아찔하다. 액셀을 밟을 때마다 차는 고삐 풀린 경주마처럼 내달린다. 제원 성능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6초. 두 명이 타고 전문 장비로 계측한 결과 6.4초를 기록했다. 파워가 넉넉한 차일수록 제원과 실제 성능 차이가 작다. 터보차저의 존재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휘파람 소리 같은 터빈 회전음도, 어물거리다 돌연 ‘팍’ 튀어나가는 어색함도 없다.

 이질적인 느낌을 걱정해 터보차저를 꺼렸던 만큼 BMW는 집요하게 단점을 거둬내고 장점만을 남겼다. 원칙을 스스로 깼을지언정 명분은 지킨 셈이다. 핸들링과 승차감은 BMW 특유의 탄탄함과 감칠맛으로 충만하다. 제법 번듯한 뒷좌석을 갖춰 자녀가 두 명을 넘지 않는 가장이라면 퍼스트 카로도 고려해볼 만하겠다. 값은 8990만원.
 

월간 스트라다=김기범 기자 cuty74@istrad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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