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과학] 과학이 삶의 본질을 이해못한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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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과학이 개인의 삶의 의미에 줄 수 있는 도움은 무엇인가. 신년 벽두, 요즘 젊은이가 흔히 제기할 수 있는 과학에 대한 비판에 답하는 형식으로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글을 띄운다.

비판1=과학은 시.음악.미술.사랑과 공감 등 인문학과 예술의 내용을 다루지 못하며, 인간 삶의 본질적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반론=우리가 음악이나 시를 보고 왜 사회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느냐, 왜 신소재를 만들지 못하느냐 채근하지 않듯이 과학은 인문학이나 예술과는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과학은 생명을 비롯한 자연현상을 이해하는데 그 본질적 목적이 있는 것이지, 정서적인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고양시켜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 과학은 문학.음악.미술.사랑 같은 문제에 대해 이제 막 접근을 시작했다. 앞으로 많은 것이 밝혀지리라 본다.

비판2=원자탄의 폐해와 각종 과학기술로 인한 환경오염을 보라. 과학의 영향은 나쁜 것이다.

반론=과학의 영향은 단연코 좋은 것이다. 단, 세상의 삶을 윤택하게 해줘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무지를 감소시켜 주기 때문이다. 과학이 부정적 영향을 세상에 끼쳤다면 그것은 과학의 영향이 아닌 과학적 발견을 사용한 사람이나 정책의 잘못이다. 과학이란 과학도가 자신의 지식의 틈새를 참지 못해 그러한 자신의 무지, 그리고 인류의 무지를 조금이나마 줄여보자고 계속 물음을 던지고 나아가는 과정에서 딛고 가는 대지와 같은 것이다.

비판3=실험실에서보다는 실제의 인간과 더불어 살면서 그들을 도와주며 살고 싶다.

반론=누군가는 현실적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들의 살아 움직이는 친구와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은 아주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페니실린의 발견과 같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일을 누군가가 이뤄낼 수 있다. 그것이 당신이라면?

비판4=과학이 좋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자. 하지만 나는 과학에서 무엇을 성취할 만한 능력이 없다.

반론=많은 과학자들의 자서전적 얘기를 들어보면 유명한 과학자들 조차도 자신의 능력에 대해 끊임없이 회의를 한 것이 드러난다. 중요한 것은 회의하면서도 성실히, 능력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니까 더 열심히 온 힘을 다해 하는 것이다.

과학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하는 것이다. 당신 스스로 결정적인 발견이나 발명을 하고, 이론을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인류 역사에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지적 탐구의 흐름, 그 사슬의 작은 고리가 돼 뒤이어 올 다른 이들의 순수한 노력.연구의 작은 디딤돌을 만들어준다는 게 중요하다.이것이 정말 의미있고 숭고한 일이다.

*전체 글은 http://cogpsy.skku.ac.kr/scientist.html/에서 볼 수 있다.

이정모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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