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시한 연장에 "아 …" 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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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조 한민족복지재단 이사장이 23일 분당 샘물교회에서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태성 기자]


탈레반과의 협상이 네 번째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3일 오후 11시50분쯤 피랍 가족들은 "한편으로는 또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아직 불안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밤 또 협상 기한이 연기되면서 가족들은 "국민의 성원으로 봉사단원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밤 11시30분 아무런 소식을 받지 못한 채 협상 시한을 넘기자 가족들은 극도로 초조한 모습이었다. 가족 20여 명이 모여 TV를 시청하던 10여 평 사무실에선 시한 5분 전부터 "많은 이들이 축복을 받게 해주십시오"하는 소망의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왔다. 11시45분쯤 '협상 시한이 24시간 연장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문틈에선 "아" 하는 탄성이 새어 나왔다. 피곤한 기색의 가족 대표 차성민(30)씨는 잠시 후 기자들에게 "협상이 연기됐다고 들었다"며 "가족들이 무사히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은조 한민족복지재단 이사장(경기도 분당 샘물교회 담임목사)은 23일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과 관련해 "아프간 측이 원하지 않는 봉사활동을 중단하고 피랍자 외에 현지에 남아 있는 봉사단원들은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이날 샘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민에게 염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23명 봉사단원의 부모.형제에게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해 너무 죄송스럽다"며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신속하게 대통령 성명까지 발표하면서 잘 대응해 줘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이사장은 이날 오전 11시 검은색 양복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 장소에 나와 담담한 표정으로 5분 정도 심정과 재단 입장을 발표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박 이사장은 "아프가니스탄 현장에서나 한국에서 일부 오해하는 분들이 있지만 저희들이 (아프간에서) 공격적으로 선교활동을 하려고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 갔을 뿐"이라며 단순 봉사활동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아프간을 사랑하고 이슬람 문화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 가족들을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도 우리의 이런 취지를 잘 이해해서 (피랍자 석방) 결과가 좋도록 협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지의 봉사활동 중단과 관련, 재단 측은 "아프간에 남아 있는 봉사단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며 현지에서 재단이 설립한 병원이나 유치원 등의 운영 문제는 이사회 협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봉사단원 철수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석방)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밝힐 수 없으나 일부 봉사단은 철수를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 세력에 납치된 봉사단원들의 가족 20여 명도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납치된 안혜진(31)씨의 어머니 양숙자(59)씨가 대표로 읽은 호소문에서 가족들은 "피랍 사건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가족들은 이어 "정부의 조기귀환 노력과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좋은 소식들이 전해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피랍된 23명은 순수한 봉사활동을 위해 먼 길을 떠났다"며 "그들은 그곳에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어려운 환경에 놓인 어린이들을 보살피기 위한 봉사자들"이라고 강조했다.

분당=정영진 기자, 천인성 기자<chung@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한민족복지재단=1997년 설립된 국제 NGO. 지구촌 곳곳에 흩어져 살아가는 한민족이 협력해 민족의 삶을 향상시키고 세계평화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북한과 해외, 국내 등 3개 분야로 나눠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아프간의 카불과 칸다하르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수단.스리랑카.캄보디아 등 13개 국가에 14개 지부를 두고 있다. 박은조 분당 샘물교회 목사가 이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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