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위 오른 불문화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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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사회당 총선 참패로 대수술 불가피 프랑스 총선이 집권 사회당의 참패로 막을 내린 가운데 81년 이후 문화의 대중화를 표방하며 「문화혁명」 을 주도해온 사회당 정부의 문화 정책도 논란이 되고있다.
특히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등에 업고 혁명의 기수를 자임해온 자크 랑 문화장관이 우파 정부의 출현으로 무려 12년 동안 재임해온 최장수 장관에서 물러남에 따라 프랑스 문화계는 한차례 홍역을 치르게 됐다.
「랑문화」로 상징되는 사회당 정부의 문화정책은 파격적인 재정지원과 대형 시설물의 신·증축 및 록뮤직 등 주변부 문하의 중심부 흡수 등으로 압축 될 수 있다.
사회당 정권의 문화정책은『마르크시즘과 돈의 어색한 결혼』이란 비아냥이 있을 정도로 물량공세로 시작됐다.
문화부는 정식직원만도 1만2천 여명에다 우리나라가 전체정부예산의 0.41%(93년도 2천2백26억원) 인데 비해 1%를 사용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풍족한 부처였다. 또 시년 랑의 입각 당시 60억 프랑에 머물러있던 문화부예산은 이듬해 60억 프랑으로 두배로 늘었고, 올해는 1백26억 프랑 (1조7천억원)으로 불어났다.
미국에서 문화를 관장하는 국립예술지원재단이 년 2억5천만달러(13억프랑)를 쓰는 것과 비교하면 프랑스는 그 10배에 가까운 예산을 집행하고 있으며, 국민 1인당으로 계산할 때 미국이 1.43달러인데 반해 프랑스는 41달러나 된다. 랑문화가 갖는 또 하나의 특색으로 「그랑 트라보」 (대역사)로 불리는 대형 기념물과 각종 문화시설물 건설을 들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 앞마당에 유리피라미드관이 신축 됐으며, 바스티유에 오페라극장이 생겼고, 라 데팡스 구역에 개선문을 본뜬 대형아치가 건축되는 등 역사적 기념물이 줄지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또 1천5백만권의 장서를 갖추게 될 세계최대의 국립도서관도 공사가 한창이다.
파리를 중심으로 한 그랑 트라보와 발맞춰 지방에도 극장과 박물관·도서관 등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 랑장관 재임기간 중 박물관만도 3백여개가 새로 개관됐다.
랑문화의 또 다른 특징으로 주변부에서 소외돼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재즈 등이 음악학교의 정식과목으로 채택되는가 하면 록과 랩뮤직, 영화산업에 대한 국가의 파격적인 지원금이 지급됐다. 이러한 랑문화의 혁명적 정책으로 문화계 전반에 태풍을 몰고 왔고 랑장관의 개인 인기는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 「가장 선호하는 정치인」으로 꼽혔으며, 지금도 95년 대통령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랑문화는 너무 대중적 인기에만 영합한다는 혹평과 전시사업들을 통해 문화를 개인미화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미테랑대통렁은 개인의 명예욕에서 출발, 루이 14세에 버금가는 「사회주의자 태양왕」으로 자신을 각인 하고자 「궁정광대」 랑을 통해 문화를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즉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사회당에 참패의 쓴잔을 마시게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 대한 공감이라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랑문화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문화 코미디」「문화국가」라는 책이 날개 돗친 듯 팔려 나가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에서는 랑의 대중에 영합하는 정책을 조롱하는 풍자만화와 글들이 유행하고있다. 특히 랑장관은 취임 초 미국의 제국주의 문화에 대해 투쟁을 선언했던 것과 달리 「람보」 의 주인공인 미국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에게 문화훈장을 수여해 예술인과 지식인들의 분노를 샀으며, 프랑스 문화의 미국화를 방치했다. 예술에 대한 순수한 애정도 없이 자신들의 영광을 위해 관주도의 문화를 마구잡이로 확산시킴으로써 예술인의 창조성을 꺾어버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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