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간신문 건재하다/조간화추세 주장 타당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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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TV공백 메울시간 훨씬 길어/일도 구매안줄고 독자층 넓어/교통난 분공장으로 해결… 땅넓은 미와 비교 성급
7일 제37회 신문의 날을 맞는 신문업계는 올들어 그 어느해보다 격심한 언론환경의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1일자로 시행된 동아일보·매일경제신문의 조간화로 끝이 안보이는 증면경쟁이 시작됐다. 이에따른 신문시장판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신문업계의 관심은 과연 한정된 조간시장에서 조간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그만한 수요가 생겨날까 하는 문제로 집중되고 있다.
현재 지방사를 포함한 종합일간지의 조간 발행부수는 6백50만부,석간 발행부수는 4백50만부로 그 비율이 6대4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60년대 중반 중앙일보 창간으로 기존 석간시장 체제가 형성된 이래 별 변동이 없는 상태다.
조간의 매체수가 월등히 많은데도 발행부수비율에 변동이 없었다는 것은 석간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돼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과 석간시장을 양분해 왔던 동아가 위험을 무릅쓰고 조간시장으로 뛰어든 것은 앞으로의 신문시장은 조간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는 판단때문.
조간우위론을 펴는 언론학자들은 ▲교통난으로 인한 발송시간 지연 ▲배달조직의 단독운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저녁시간대 TV뉴스 시청 등의 이유때문에 석간이 쇠퇴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또 이들은 그 근거의 하나로 미국의 조간화추세를 내세운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조간우위론에 대한 학자들의 반대 견해도 만만찮다. 이들은 조간우위론을 국내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미국의 조간화추세를 우리나라 신문시장에 단순대입한 성급한 분석이라는 주장을 편다.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의 43배로 주 하나의 면적이 우리나라만한 미국에서는 발송시간 지연이 문제되지만 국내에서는 3∼4개소의 분공장만 세워 현지 인쇄를 하면 발송시간은 전혀 문제되지 않으며 배달도 남아도는 부녀자 인력을 활용하면 큰 인건비 부담없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일본에서는 60년대부터 석간소멸론이 대두됐으나 아직까지 석간은 조·석간체제로 유지되고 있고 부수도 크게 줄지 않았음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현재 석간은 가판이 낮 12시30분부터 오후 1시,관공서·사무실·상가 오후 2∼3시,가정 오후 5∼6시면 배달이 완료되기 때문에 조간배달시간에서 TV뉴스시간까지의 뉴스수요층을 독식,독자적인 시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조간신문의 종수가 너무 많아져 독자들이 바쁜 아침시간에 제대로 읽어내기가 어렵게 된 반면 수가 줄어든 석간신문은 상대적으로 높은 열독률을 확보할 수 있게 되리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특히 사회 각계의 오피니언리더들이 오후 시간에 차분하게 찾아 읽을 수 있는 이점까지 갖춰 석간신문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영향력을 넓혀갈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남재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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