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야구장 공짜표도 뇌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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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공무원에게 자기 팀의 경기관람권을 공짜로 주는 것은 뇌물이다."

뉴욕주의 로비조사위원회가 최근 내린 결론이다. 이 위원회는 뉴욕의 프로야구단인 뉴욕 양키스가 시 공무원들에게 지난해 정규 시즌 및 플레이오프 경기 때 공짜표를 제공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못박았다. 위원회는 양키스 구단에 7만5천달러(약 9천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동시에 누구에게 공짜 표를 줬는지 이달 내 명단을 제출하도록 했다.

구단 측은 당초 "어떤 불법 로비도 한 적이 없으며, 조사위원회가 내리는 불법 로비의 정의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반발했다. 경기관람권을 건넨 것은 나쁜 일을 입막음하려던 게 아니었으며, 로비 규정에도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위원회가 구단주인 조지 스타인브레너를 비롯한 경영진 세명에 대해 오는 21일 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라고 소환장을 발부하자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사실 양키스는 2002년에도 이런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해 양키스의 플레이오프 입장권을 받은 명단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레이먼드 켈리 시경국장, 기포드 밀러 시의회 의장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렇게 망신살이 뻗친 블룸버그 시장은 지난 가을 직원들에게 업무와 관련있는 개막식을 제외하고는 다시는 공짜표를 받지 말라고 지시했었다.

이런 관행이 공무원들의 요구에 의해서였는지, 아니면 양키스가 알아서 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해 표를 받은 공무원들의 명단이 곧 공개되면 별도의 징계절차가 있을 것으로 전해진다.

양키스가 이런 일로 벌금을 물게 됐지만 주변에서는 더 잘된 일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앞으로는 공무원이 더는 손을 내밀 수 없을 것이며, 자신들이 알아서 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벌금도 공무원에게 건넨 표를 제값 받고 팔면 어렵지 않게 벌충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한다. 우리가 여기까지 오려면 얼마나 더 "억억"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할까.

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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