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법조계 자정 바람/「고질적 병폐」 사라지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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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새 집행부 “징계대상 선별” 경고/“엄청난 부조리에 싸여 장사꾼 전락”/30대 변호사 「참회록」 공개 파문 더해
브로커의 사건알선­과다한 수임료­수임료 분쟁­소득세 탈루로 이어지는 고질적인 재야 법조계 병폐의 순환고리가 끊기는가.
새정부 출범과 함께 사회 각 분야로 번져나가는 개혁과 변화의 추세속에 재야법조계의 자정활동이 본격화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한변협(회장 이세중)이 새 집행부 구성과 함께 자정활동 강화를 최대 현안으로 내건이후 서울변호사회(회장 김창국)가 1일 소속 변호사들에게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가 징계대상임」을 전제한뒤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무릅쓰고 징계권을 행사할 굳은 의지를 가지고 대상선별작업에 임하고 있다』는 내용의 「경고서한」을 발송했는가 하면 회원변호사들도 올바른 변호사상 확립을 위한 자성촉구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변호사단체들의 잇따른 자정의지 표현은 그동안 사회정의구현에 앞장서야할 재야법조계가 과도한 수임경쟁으로 인한 사건브로커들과의 결탁,전관예우로 인한 고액수임료 부조리 등을 낳아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돼버린 현실을 당사자인 변호사 스스로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음에 기인한다.
서울변호사회도 이번 서한을 통해 「변호사가 개혁돼야할 대상중의 하나로 이 사회에 인식되고 있음」을 자인하면서 ▲사건유치를 둘러싼 수사공무원과의 흑색거래 ▲과다한 사건수임료 ▲부적정한 세금납부 등을 재야법조계의 대표적 부조리로 꼽았다.
또 이같은 시점에서 인천지방변호사회의 민경한변호사(35)는 재야법조계의 치부를 한껏 드러내는 내용의 「참회록」을 『인천법조』지에 공개기고,파문을 더하고 있다.
민변호사는 「변호사여,부끄러워하자」는 제목의 글에서 『나 자신도 몇개월동안 법조계의 엄청난 부조리와 혼돈에 휩싸였었음』을 고백하고 『뼈를 깎는 참회를 통해 변호사의 윤리와 책무를 회복,올바른 변호사상을 정립하자』고 주장했다.
90년 변호사로 개업한 민 변호사는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윤리와 책무를 망각한채 「장사꾼」으로 전락하는 변호사의 모습에 고민할 수 밖에 없었고 90년 6월 뜻있는 동료 변호사들과 부당한 사건수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업무준칙」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민 변호사 자신도 사건브로커의 꾐에 빠져 수임료의 20∼30%를 소개비로 지급하며 2개월간 사건을 알선받으면서도 『업계의 풍토가 다 그렇고,사무실을 유지하려면 어쩔수 없다는 논리로 자신을 정당화했다』고 고백하고 있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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