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가슴 쓸어내린 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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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8일 오후 6시(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 제2의 9.11 테러로 착각한 수천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사고 직후 진흙을 뒤집어쓴 여성이 피를 흘리며 현장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뉴욕 로이터=연합뉴스]

"테러다!"

18일 오후 6시(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회갈색의 먼지 연기, 찢겨진 아스팔트와 돌조각들, 화산 분화구와 같은 구멍….

사고 직후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매캐한 연기와 먼지를 막느라 입과 코를 움켜쥐고서 수많은 사람이 무조건 달렸다.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들렸고 사람들의 얼굴엔 공포가 가득했다.

19일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사건 현장의 미용실 주인 크리스 크랜쇼는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했다"며 "그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고 말했다. 경찰당국은 맨해튼 41번가 주변에서 일어난 지하 증기 파이프의 폭발 사고로 한 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 중 두 명은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 직후 퇴근길의 시민들이 테러가 발생한 것으로 착각해 거리에는 한때 대혼란이 벌어졌으며 수천 명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또 사고 여파로 지하철 4, 5, 6, 7호선과 셔틀구간인 S라인이 운행을 중단하는 바람에 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폭발의 충격과 함께 이 일대 전화와 전기도 모두 끊겼다.

한 목격자는 "뜨거운 연기가 먼지와 함께 하늘로 분출했다가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나이애가라 폭포를 방불케 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은 폭발의 충격으로 부서진 보도블록 등 잔해들과 연기가 차량과 건물을 뒤덮었다. 이 모습에 일부 시민은 2001년 9.11 테러의 충격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1924년에 만들어진 직경 60㎝의 낡은 파이프가 뜨거워진 상태에서 찬물이 갑자기 섞이는 바람에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시에서는 지난 20년간 모두 12차례 이상 증기 파이프 폭발 사고가 일어났으며 가장 컸던 89년 그래머시 파크 폭발 사고에서는 파이프 보수공사를 하던 콘에디슨사 직원 2명을 포함, 3명이 숨졌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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