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208 - '지그시'와 '지긋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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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중 어느 것이 바를까요? "물고기가 물 때까지 지그시 기다리다"와 "물고기가 물 때까지 지긋이 기다리다"는요?

'지그시'는 두 가지 뜻으로 사용되는 부사입니다.

첫째는 '슬며시 힘을 주는 모양'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면 "손바닥을 사용해 눈가를 지그시 눌러주면 피곤한 눈을 진정시켜 줄 수 있다" "질화로는 지그시 누르는 넓적한 불돌 아래, 밤새도록 저 혼자 불을 지니고 보호하는 미덥고 덕성(德性)스러운 것이었다" "그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와 같이 쓰입니다.

둘째는 '아픔이나 어려움을 조용히 참고 견디는 모양'을 표현합니다. "두통을 지그시 참다" "그의 태도에 분노가 일었지만 지그시 참았다" 등의 '지그시'가 그런 사례입니다.

'지긋이'는 '지긋하다'에서 온 부사이며 역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나이가 비교적 많아 듬직하다'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예를 들면 "앞에 앉은 남자 두 명은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였다"와 같은 경우에 사용합니다.

둘째는 '참을성 있고 끈지게'라는 뜻으로 씁니다. "우경이는 아직 어려서 책상 앞에 지긋이 앉아 있지 못 한다" "그렇게 안달하지 말고 지긋이 기다려 봐" 에서 '지긋이'는 '끈기 있게'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서두에 나온 문제 중 첫째 것은 '슬며시 힘을 주는 모양'을 나타내므로 '지그시'가 맞고, 둘째 것은 '끈기 있게'의 뜻이므로 '지긋이'가 맞습니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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