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윤리법」 이번엔 제대로…/민병관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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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직자의 재산등록·공개에 관한 제도개선 논의가 한창이다.
민자당이 30일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고,민주당은 이미 개정안을 내놓고 있어 법개정 자체는 기정 사실로 굳어가고 있다.
국민들은 장·차관·국회의원들의 재산을 공개토록한 새정부 시책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고,이번 재산공개파문을 계기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할 것이라는 데에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제도개선작업이 과연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다.
「시가냐,공시지가냐」하는 신고기준에서부터 공개대상자의 범위까지 세부적인 사항에 내려가면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인데다 법을 새로 만들 사람들 자체가 바로 장·차관,의원 등 공개대상자들이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의 축재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16혁명을 통해 정권을 잡은 3공정부는 64년 「국무총리 특별지시」로 3급이상 공직자의 재산등록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욕적인 방침을 내놓았었으나 결국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5공초기인 82년에는 전두환대통령을 필두로 당시 집권당이던 민정당의원 전원이 보유재산을 등록했으며 이를 법제화한 「공직자윤리법」이 제정돼 획기적인 개혁이 이뤄지는듯 했으나 이번 재산공개 과정에서 보듯 이 법은 있으나마나한 상태로 전락했다. 신고된 재산내용을 비밀에 부치는 것은 물론 이를 공개하는 사람은 처벌까지 받도록해 놓았었는데 『공개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불신풍조를 조성하며 서민들에게는 위화감을 줄지 모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제대로 신고했는지에 대한 심사·조사조항은 들어 있었으나 이마저 사문화돼왔다.
6공 초기에도 당시 노태우대통령은 88년 4월 취임 첫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재산내용(5억2천만원)을 공개했고 총무처로 하여금 윤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케 했으나 논란만 무성했을뿐 이 법안은 국회임기가 만료되면서 자동폐기됐고 결국 윤리법은 제정된뒤 지금까지 10년동안 한번도 개정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왔다.
돌이켜보면 정권이 바뀔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했으나 결국 흐지부지되는 전철이 되풀이 돼왔던 셈으로 이번에는 과거와 같은 용두사미식 개혁논의에 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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