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올스타전 나온 LG 안치용 '실력도 맘도 컸거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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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안치용(사진)과 박용택(이상 LG). 28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한 때 라이벌이었다.

고교 때 둘은 서울의 야구 명문 신일고(안치용)와 휘문고(박용택)의 간판이었다. 2학년이던 1996년엔 나란히 고교야구 정상에 올랐다. 그해 박용택이 시즌 첫 대회인 대통령배 최우수선수(MVP)가 됐고, 안치용은 황금사자기 MVP에 올랐다.

대학 진학도 라이벌인 연세대(안치용)-고려대(박용택)로 갈려 4년간 맞수로 지냈다. 2002년엔 LG에 같이 입단했다.

그리고 5년.

두 선수의 처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박용택은 데뷔 첫 해부터 LG 공격의 중심축으로 성장해 스타가 됐다.

안치용은 첫 해 1군 경기에 단 한 게임에 나섰을 뿐이다. 같은 외야수로서 박용택에게 밀린 안치용은 해마다 2군 신세다.

LG에서 2군 타격코치와 감독으로 그를 지도한 이순철 MBC ESPN 해설위원은 "근성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며 "변화구 대처능력 같은 기술적인 문제 해결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이병규가 일본으로 떠났으나 외야는 여전히 빈 자리가 없다. 후배 이대형.정의윤.오태근에게 또 밀려났다.

'더 이상 밀려날 수 없다'고 판단한 안치용은 올해 들어 이를 악물었다.

프로야구 최대 악바리로 소문난 이정훈 2군 코치의 혹독한 훈련을 다 받아냈다. 이 코치는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야구계 속설이 있다"며 "오늘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뛰라고 강한 정신력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안치용은 18일 현재 2군(61경기)에서 타율 0.317, 홈런 7개.타점 33.도루 6개를 기록 중이다. 이날 춘천 의암구장에서 열린 2군 올스타전에 출전해 펜스를 맞히는 대형 2루타를 터뜨렸다. 각 팀의 유망주로 구성된 20명의 출전선수 중 안치용이 가장 나이가 많다. 쌓여 가는 나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안치용은 "마음이 조급할 때도 있었으나 이젠 스스로 준비돼 있느냐 아니냐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는 그 다음 문제라는 것이다.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만큼은 자신을 배반하지 않으리란 믿음이 있기에.

춘천=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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