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개혁 강조한 「신경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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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일 발표한 김영삼대통령의 담화문은 이른바 「신경제구상」의 구체적인 틀을 맞추어가고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김 대통령은 지시와 통제 대신 참여와 창의가 발전의 바탕이 되는 경제를 이룩할 것이며,이를 위해서는 관련 정책의 수립 및 집행에 반드시 자율성과 일관성,투명성의 원칙을 전면에 제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성공하려면 그의 소신과 의지에 못지않게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신경제」론이 제도개혁 뿐만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한차원 높은 의식개혁을 요청하고 있는 것은 옳은 지적이다. 또 물가를 동결하고 임금인상을 자제하며 예산도 절약하자는 「고통의 분담」철학도 단기간에는 호응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원리를 접어둔채 뚝심으로 뭔가 밀어붙여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면 그 정책이 과거와 다를게 뭐가 있느냐 하는 의문을 갖게 할지 모른다. 경제는 대통령이 무게를 두는 비장한 각오만으로 바로 잡아 질 수 없다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신경제론이 경제의 실리를 추구하는 국가목표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국내외의 급변하는 상황을 읽고 우리가 서있는 숲과 나무의 모습을 동시에 주시해가면서 시장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김 대통령은 취임당시 작고도 강력한 정부를 약속했고,개혁과 동시에 경기회복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금리를 내리고 돈을 더 풀며 공공사업을 앞당기는 것을 골자로한 「신경제 1백일 계획」은 개혁보다 경기부양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경제활동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언급됐어야 할 실명제 도입 일정이나 2단계 금리자유화시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정부가 저성장을 지나치게 정치적인 부담으로 느낀 나머지 제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보다 우선 경기부양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재정 및 통화나 금리정책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GNP가 반드시 정치의 인기도를 측정하는 지수는 아니다.
정부 가격정책의 향방도 주목된다. 규제완화와 자율화를 내세우면서 공공요금이나 기타 서비스 요금의 인상 요인을 무조건 자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우는건 산업의 구조조정이나 돈의 흐름을 왜곡시킬 소지가 있다. 편승인상이나 경영의 불합리에서 오는 인상은 억제하되 합리적인 요인은 가격에 반영시키도록 신축적인 운용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공무원 임금동결은 정부가 앞장서서 고통의 분담을 보여야 할 입장에서 취해진 것이긴 하나 문제가 많다. 공무원 처우를 현실에 맞게 개선한다 해놓고 해마다 동결조치를 한다면 부패일소 정책이 성공할 수 있겠는가.
기존 7차5개년계획과 다른 전망 및 판단을 중심으로 짜여질 새 정부의 5개년 계획도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수렴과정을 통해서 세밀하게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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