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초본 불법 유출 - 양 캠프 겨눈 검찰 - 천호동 뉴타운 특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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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홍윤식씨가 거짓말"
박 캠프 "본말이 뒤집힌 정국"

검찰 수사의 칼끝이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 후보 캠프로 향하고 있다. 박 후보 캠프의 외곽조직 '마포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홍윤식(55.사진) 전문가네트워크위원장의 체포가 계기다.

홍씨는 이명박 경선 후보 가족의 주민등록초본 불법 발급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홍씨가 전직 경찰관 권오한(64)씨와 짜고 법무사 사무소 직원을 동원해 이 후보의 부인.맏형.처남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홍씨는 "권씨가 떼온 초본을 받아 일주일가량 가지고 있었을 뿐 초본 입수를 부탁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팀은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거짓말"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검찰은 17일 홍씨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한다. 홍씨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면 홍씨가 초본 유출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음을 뜻한다.

홍씨에 대한 수사는 박 후보 캠프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캠프가 이 후보 관련 개인 정보 유출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포팀' 전체가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16일 한나라당 박근혜 경선후보 캠프의 홍윤식씨를 체포해 이명박 경선후보 가족의 주민등록초본 불법 발급에 개입했는지를 조사 중인 청사 유리창에 검찰 깃발이 비치고 있다.[연합뉴스]


박 후보 캠프가 입주한 여의도 엔빅스 빌딩의 주인은 홍씨의 처남이다. 캠프 측에서는 "우연히 임대를 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 측에서는 이를 홍씨가 캠프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후보 측 김무성 조직총괄본부장은 "사무실은 내가 구했다. 그 과정에서 중동고 동문 친구인 정모씨가 엔빅스 법인 대표라는 것을 알았지만 계약은 후원회가 담당해 그 이상은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9월 입주 두 달여 뒤 정씨가 '홍씨가 매제'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홍씨와 캠프의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인 한나라당 당원 최모(55)씨가 서울 수유6동 동사무소 직원을 통해 이 후보 가족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았다는 제보를 입수해 조사 중이다. 서울 녹번동과 방배3동 사무소에서 이 후보와 가족들의 주민등록초본을 뗀 혐의로 나모(69)씨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에도 박 후보 측이 관련된 것으로 나타날 경우 캠프에서 뭔가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는 의심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캠프 측, "검찰 조사 존중할 것"=박 후보 캠프의 김재원 대변인은 "검찰의 조사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며 "캠프 내 인물이 이런 일에 연루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앞으로 캠프 내부의 규율을 잡아 정도에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캠프 내에선 이 후보에 대한 의혹의 실체 규명보다 홍씨 부분이 부각되는 건 본말이 전도된 정국이라는 말도 나왔다. 캠프 핵심 인사는 "주민등록등.초본이라는 것은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때도 당에 내는 것"이라며 "그게 그렇게 큰일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상언.이가영 기자

검찰 "이번 사건 100% 수사"
이 캠프 "우리와 전혀 관계없어"

검찰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재산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검증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16일 브라운스톤 천호의 특혜 여부와 관련, "일반 고소.고발 사건이면 70%만 하면 되는데 이 사건은 100% 다 한다"며 "하나하나 다 확인해 조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혜 여부뿐 아니라 이 후보와 친인척 재산 관련 의문점을 다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 후보의 친인척 재산이 실질적으론 이 후보 재산인지, 그리고 친인척 재산의 증식 과정에 이 후보가 특혜를 주었는지를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브라운스톤 천호=이 후보의 맏형 상은(74)씨와 처남 김재정(58)씨가 대주주인 ㈜다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홍은프레닝(자본금 5000만원)은 2003년 3월부터 9월까지 서울 강동구 성내동 천호역 인근 부동산(6필지.2387㎡.722평)을 샀다. 다스의 재무제표에 나와 있는 부동산 매입금액은 154억원.

홍은프레닝은 이수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2004년 12월 이곳에 지하 7층, 지상 15층 규모의 브라운스톤 천호를 짓는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규모는 459억여원이며 이수건설은 홍은프레닝에 땅값 154억원과 수익 150억원을 보장해 주기로 했다. 154억원을 들여 땅을 산 홍은프레닝은 최소한 150억원의 이익을 확보한 셈이다.

◆무엇이 문제인가=자동차 부품업체인 다스는 2003년 154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부동산 개발이라는 새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스는 특히 땅을 매입하기 위해 2003년 3월 전자.기계류 무역업체로 적자를 내고 있던 대원프레닝을 인수해 홍은프레닝으로 이름을 바꾸고 사업 목적도 부동산 매매 및 분양, 상가 및 주택 신축판매업 등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18일 서울시는 윤락지역을 정비하겠다는 취지로 이 땅의 맞은편인 천호동 일대를 뉴타운지구로 지정했다. 그 전까진 '서울 동남권 지역은 뉴타운지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었다. 서울시는 또 2005년 12월 홍은프레닝 땅을 포함한 이 일대 상업지구 27만여㎡를 천호.성내 균형발전촉진지구(뉴타운을 보조하는 상업지구)로 지정했다.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되면 고밀도 개발이 가능해져 통상 그 일대 부동산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2003년 당시 이 후보의 대학 동기동창인 안순용(65)씨가 홍은프레닝의 사장을, 이 후보의 측근인 김백준(67)씨가 감사를 맡았던 점도 특혜 의혹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이에 따라 검찰 수사의 초점은 다스가 천호동 뉴타운 지정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갖고 있었거나 서울시 측이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하는 특혜를 제공했는지에 모아질 전망이다.

◆"이 후보와 다스는 관계없다"=이 후보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최근 "다스는 이 후보와 전혀 관계가 없다"며 "브라운스톤 천호 문제는 우리가 해명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스의 관계자는 "브라운스톤 천호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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