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하나씩의 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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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용악 (1914 ~1971)의 '하나씩의 별' 부분

무엇을 실었느냐
검은 문들은 탄탄히 잠겨졌다
바람 속을 달리는 화물열차의 지붕 우에
우리 제각기 드러누워
한결같이 쳐다보는 하나씩의 별

두만강 저쪽에서 온다는 사람들과
자무스에서 온다는 사람들과
험한 땅에서 험한 변 치르고
눈보라 치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남도 사람들과
북어 쪼가리 초담배 밀가루떡이랑
나눠서 요기하며 내사 서울이 그리워
고향과는 딴 방향으로 흔들려간다
(중략)
총을 안고 볼가의 노래를 부르던
슬라브의 늙은 병정은 잠이 들었나
바람 속을 달리는 화물열차의 지붕 우에
우리 제각기 드러누워
한결같이 쳐다보는 하나씩의 별



궁핍한 시절을 견뎌내는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벗의 이름은 '꿈'일 것이다. 꿈의 아름다움은 그 꿈이 관통하는 시점의 핍진함과 비례된다. 화물열차의 지붕 위에 드러누워 바라보는 하나씩의 별…. 서러운 그 별들 때문에 며칠씩 잠 못 들었던 지난날이 있었다.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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