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 금리 7.5% 돌파 … 가계 이자부담 크게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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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주춤했던 지난해 6월 은행으로부터 2억원을 빌려 집을 산 김모(43)씨는 속절없이 커져 가는 이자 부담에 한숨만 나온다. 지난해 대출 당시만 해도 94만원이었던 월 이자가 최근 113만원으로 20만원 가까이 올랐고,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과 그로 인한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상승에 따라 은행들이 일제히 변동부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올리고 있다. 앞으로 소득이 별로 늘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고액 대출자 입장에선 늘어난 이자 부담에 갈수록 살림살이가 쪼그라든다는 얘기다.

 우리은행의 변동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번 주말께 연 6.17∼7.67%로 오른다. 1년여 전인 지난해 6월 초(연 5.06∼6.36%)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이다. 1억원을 빌린 대출자라면 지난해 6월 월 41만1600∼53만원이던 이자가 51만4000∼63만9000원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신규 대출에 대한 가산금리 인상분(0.15%포인트)을 이번 주부터 반영하는 국민은행 역시 주택 대출 금리를 지난주 초보다 0.21%포인트 높은 5.92~7.52%로 올린다. 최고 금리가 7.5%가 넘는 은행이 속속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 상승은 대출자들의 살림살이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15일 한국은행은 5월 말 현재 민간의 주택 대출 잔액이 279조2000억원으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간 2조6000억원 증가한다고 밝혔다. 대출자별로는 연간 64만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93.8%(올해 4월 말 현재)가 변동금리 대출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수록 가계와 금융시장의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 당국의 진단이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도 변동금리 대출의 위험을 인식하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지만 변동금리 대출에 대해 은행이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 내는 출연료율을 인상한 것 이외엔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고정금리로의 대출 확대를 위해 ▶장기·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세제 혜택과 담보 인정비율 확대 ▶주택저당채권(MBS)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고정금리 대출 자금 마련 ▶MBS보다 은행이 취급하기 쉬운 MBS 담보부채권(MCB)의 도입 등을 제안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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