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의 ‘김훈 예찬’ 작가의 은밀한 오마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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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15면

SBS 월화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에서 최강중학교 교사 서상원(유준상 분)의 대사가 난데없다. “나도 말이야, 예전엔 김훈 같은 작가가 되고 싶었다고. 그런데 이 주먹 때문에….” 아무리 기자 하다 사표 낸 이력이 닮았다 하더라도 김훈이라니. 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을 쓴 그 김훈? “촌지에도 시세가 있다”고 거리낌없이 말하는 서상원이란 인물이?
“제가 사실 김훈 선생님의 팬이거든요. 얼마 전에 작가 분들과 저녁자리에 섞여서 한 번 뵈었어요. 워낙 존경하던 분인데, 실제로도 얼마나 멋있으시던지. 서상원의 대사를 통해 살짝 존경심을 표현했죠.”

김현희 작가의 말인즉 일종의 ‘오마주’란다. 프랑스어로 존경·경의를 뜻하는 오마주(hommage)는 영화계에서 보통 쓰이는 말. 후배 영화인이 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작품 일부를 본떠 인용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2002)이 일본의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의 동명 영화(1979)에 대한 오마주로 제목을 따온 식이다.

김 작가는 5화에서 국어 수업을 빌려 정현종 시인에 대한 ‘오마주’를 드러내기도 했고, 후반부 어디선가는 김운경 작가의 ‘서울의 달’(MBC, 1994)에 나왔던 대사를 인용할 예정이다. 달동네 홍식(한석규 분)이 입에 달고 다니던 ‘Boys Be ambitious(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다.

작품 속에 사적인 표현을 담는 것 자체가 문제될 리 없다. 존경심이라면 환영할 일일 수도. 하지만 일부 작가는 펜의 힘을 ‘공적 응징’에 써먹기도 한다. 한 중견작가는 자기 작품을 혹평한 기자 이름을 기억했다가 다음 작품의 악역 이름으로 쓴다는 ‘믿거나 말거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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