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들어간 보­혁 한판승부/개막된 인민대회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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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생명 걸고 최대공세/옐친 국민투표 실시엔 역부족
10일 개막되는 러시아 인민대표대회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나 그의 반대세력 모두에 최후의 결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옐친대통령과 민주러시아파 등 의회내 개혁파 대의원들은 국민투표가 지난해 12월 옐친­하스불라토프 합의사항임을 상기시키고 합의준수를 강력 촉구하는 한편 끝내 거부될 경우 구국적 차원에서 대통령의 극단적 처방이 취해질 수 밖에 없다는 식의 협박을 통해 보수파와 중도파의 분열,또는 양보를 얻어내려고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옐친대통령이 그 어떤 회유와 협박으로도 이번 인민대표대회에서 국민투표안 폐기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인민대회 대의원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수파·중도파가 인민대회 폐지·대통령 권한강화 등 바로 자신들의 설 땅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국민투표에 순순히 따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절반에 육박하는 대의원들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시민동맹은 이미 국민투표 반대의사를 공표해놓은 상태다.
따라서 이번 인민대회를 통해 보수파와 개혁파간의 요란한 충돌과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은 분명하겠지만 그 결과는 극적인 타협이 없는 한 이미 보수파 의도대로 국민투표 실시안의 폐기와 옐친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결의안 채택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옐친대통령이 과연 자신의 복안을 관철시킬 조직과 힘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비관적인 평가들이 우세하다.
그가 지난해 12월에도 의회와의 전면전을 시도했다 의회내의 조직적인 반발이 잇따르고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부통령,파벨 그라초프 국방장관 등이 헌법준수를 강조하며 소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바람에 의회의 압력에 굴복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정국위기는 이번 인민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보수파와 개혁파간에 『누가 누구를 지배할 것인가(크토 카보)』라는 러시아 혁명기때의 정치구호를 되풀이하며 서로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를 향해 카운트다운을 이미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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