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균열 겨냥 '한국은 또 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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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북.미 군사회담을 제안하면서 한국을 참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북한은 정전협정 17항을 회담 필요성의 근거로 삼았다. 17항엔 '정전협정의 조항과 규정을 존중하며 집행하는 책임은 본 정전협정에 조인한 자와 그의 후임 사령관에게 속한다'고 적혀 있다. 서명 당사자를 규정한 것이다.

1953년 7월 27일 이 협정에 서명한 사람은 세 명이다. 유엔군 총사령관인 마크 W 클라크 미군 대장,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 펑더화이 사령원이다. 당시 한국은 정전협정이 분단을 영구화하고 북한의 재남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서명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를 근거로 70년대부터 시작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서 한국 배제론을 펴 왔다.

정전협정은 ▶휴전선 획정 ▶전쟁포로 교환 등에 대한 원칙을 담고 있다. 또 정전체제를 감시하는 중립국 감독위원회와 협정 이행을 논의하는 군사정전위원회 설치에 대한 규정도 포함시켜 휴전 상태의 종식 상황도 예비했다. 하지만 중립국 감독위원회는 감시활동의 간첩행위 논란 끝에 56년 기능을 상실했고 군사정전위도 91년 한국군 장성이 유엔사 수석대표로 임명된 뒤 한번도 열리지 않는 등 사문화됐다. 북한은 이런 이유를 들어 "정전협정이 유명무실화됐다"며 한국을 제외한 협정 당사국끼리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주장해 왔다. 중국은 협정 당사국이지만 한반도에 군을 주둔시키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 당사국은 남.북.미 3자로 국한된다. 하지만 북한은 협정에 사인한 당사국만을 회담의 대상으로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연구원 정영태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이 체제안보의 주 위협이라는 게 변하지 않는 북한의 인식"이라며 "북.미 군사회담 제의도 미국과 직접 군사.안보 채널을 뚫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국책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군사문제에서 남북과 북미 채널로 양분화해 한.미 군사동맹의 균열을 노리는 정략적 측면이 있다"며 "이런 북한의 의도에 매우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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