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남의 땅 세금 내가 냈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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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의 처남 김재정(58)씨에 대한 13일 검찰 조사는 고강도로 진행됐다. 그는 고소인 자격으로 출두했다. 통상적 수사라면 우선 그의 '억울한 사정'부터 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조사는 피고소인 조사를 방불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김씨의 이름으로 재산을 숨겨 놓았는지 여부가 이번 사건 수사의 관건이기 때문이었다. 검찰은 집요하게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에게 이른바 '도곡동 땅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였다. 김씨가 이 후보의 형 상은씨와 현대건설에서 매입해 포스코건설에 되팔아 247억원의 차익을 얻은 서울 도곡동 땅의 실제 소유주가 이 후보였는지를 확인한 것이었다.

검찰은 전체 땅 매입대금 15억6000만원의 출처와 매각대금 263억원의 사용처를 물었다. 김씨는 "매각 대금은 ㈜다스(김씨가 대주주인 회사)의 증자 대금과 주식 매입에 썼고 일부는 계좌에 남아 있다"고 답했다. 김씨는 도곡동 땅의 재산세.양도소득세 영수증을 제시하며 "내가 남의 땅 세금을 대신 내줬겠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땅 매각 대금의 사용처를 해명하기 위해 예금통장 사본.예금보험증서.주식투자내역 자료도 냈다. 전체 자료는 2000여 쪽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씨는 1985년에 땅을 매입했을 때의 자금 출처에 대한 자료는 내지 못했다. 김씨 측 김용철 변호사는 "22년 전 자료를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을 수 있겠느냐"며 "당시 계약서나 통장 같은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우리도 아쉽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한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가 휠체어를 타고 서울중앙지검 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강정현 기자]


김씨는 다른 부동산의 보유 경위에 대해서도 공들여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82부터 약 10년간 전국 47곳의 땅을 사들였으며 이 땅 중 상당 부분이 이 후보의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다른 부동산에 대해서도 계약서.세금 영수증을 포함한 관련 서류를 검찰에 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 해명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김씨의 재산세.소득세 납세 실적을 조사하고 있다. 또 김씨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김씨가 땅을 매입하기 시작한 20여 년 전 전국 곳곳에 땅을 살 정도로 재산가였는지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김씨 금융 거래 내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금융감독원의 전산자료를 입수해 확인할 계획이다. 일반 금융기관의 거래 내역 자료는 통상 5~10년 정도만 보관되지만 금감원에는 훨씬 오래전 자료가 남아 있다.

김 변호사는 당초 "김씨가 뇌졸중 후유증과 당뇨병 합병증에다 신장 투석을 하고 있어 장시간의 조사에 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조사는 김씨에게 자주 휴식 시간을 주며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이상언 기자<joonny@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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