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팔이 배후 그때는 몰랐을까/검찰,안기부개입 알고도 은폐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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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6년전 자금흐름 손쉽게 추적/몇명만 수사후 “전모파악”/법조계 “당시 밝혀낸 사실 이번 공개 의혹살만”
전 안기부장 장세동씨(57)가 통일민주당 창당방해사건(일명 용팔이사건)을 직접 지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검찰이 88년 이 사건 수사당시 이미 안기부 개입사실을 알고도 고의적으로 이를 은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여러 정황을 근거로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수배중인 이택돈 전 의원(58)을 검거한뒤 불과 1주일여만에 사건당시의 대대적인 수표추적 과정에서조차 밝혀지지 않았던 「안기부자금 흐름도」를 거의 완벽하게 파악했다.
수표추적 등 자금 출처 및 행방을 찾는 일은 사건 당시가 현재보다 훨씬 용이할 수 밖에 없는데다 당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금출처를 캐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수사결과는 과거 수사때 파악해둔 내용의 일부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당시 검찰수사에선 자금조달과 대외연락 등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다 현재 미국으로 도피해있는 이용구 전 신민당 총무부국장(60)까지를 포함,폭력사태에 개입했던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내사 및 소환수사가 가능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번엔 불과 1주일 사이에 이 전 의원,이택희 전 신민당의원,용팔이 김용남씨(43) 등 과거에 조사했던 몇몇 인물들만 수사한 상태에서 장세동씨의 개입사실까지 밝혀낸 점으로 미뤄볼때 당시의 수사내용이 뒷받침되었다고 전제하지 않고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용팔이 김씨는 2일 소환조사를 끝낸뒤 기자들에게 『새롭게 진술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으나 검찰은 『활동자금 명목으로 받은 자금의 액수가 늘어나는 등 새롭게 진술한 부분이 많았다』고 밝혀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게다가 ▲사건직후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총재가 『이번 사건에 안기부가 개입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점 ▲당시 법조계에서도 안기부 개입설이 파다하게 나돌았다는 점 등도 안기부 개입사실을 이번에 새로 밝혀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 검찰이 5년여를 끌어온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수사초기부터 『조만간 깜짝 놀랄 작품을 만들어 보일테니 기다려달라』며 지나치게 자신감을 보인것도 「검찰의 사전인지설」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일부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사건당시 검찰이 사건배후를 찾아냈음에도 불구,이러 저러한 이유로 배후관련 부분을 고의적으로 축소은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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