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 증언집 국내 최초 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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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제에 의해 종군위안부로 끌려가 갖은 수모와 고초를 겪으며 살아온「정신대 할머니」들의 증언집이 국내에서 최초로 책으로 출간돼 나왔다. 15명의 정신대연구회(회장 정진성·덕성여대 사회학과교수) 회원이 지난 1년여간 전국을 누비며 생존해 있는 할머니들의 피맺힌 체험을 낱낱이 기록한 『증언집I-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 위안부들』(한울간)이 그것.
이 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정회장은『정신대 문제가 한일간에 새로운 외교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요즘 국내에 생존해 있는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은 그 어떤 문서나 자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이번 증언집이 갖는 의의를 설명했다.
모두 19명 할머니의 인생역정을 담고있는 이 책의 출간작업은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됐다. 자신이 과거 일제의 종군위안부였다고 한국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에 자진 신고해온 50여명의 할머니를 면접 조사, 증언을 꺼리거나 당시의 일본 군대사·전쟁사 등과 비교해 증언이 엇갈리는 부분등은 제외하고 검증된 객관적인 증언만을 담았다. 증언집을 엮기까지의 과정이 평탄치만은 못했다. 우선 할머니들 스스로「자신이 과거 정신대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좀체 입을 열려하지 않았을 뿐더러 40여년전의 일(예컨대 기간·장소·지명등)을 정확히 기억해 내는데도 무리가 따랐다. 정회장은 『할머니들의 가슴에 쌓인 얘기를 듣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적인 신뢰와 친밀감을 느끼는게 필요했다』고 한다.
대개 할머니마다 10여차례의 면접을 거듭해야 했으며 면접후에는 전 회원이 3∼4차례의 토론을 거치는 등 충분한 검토를 했다.
정신대연구회는 여성학·사학·사회학 등을 전공한 대학원생·교수를 중심으로 90년7월 결성된 단체로 증언집 일어판 번역을 준비중이며 영문판 발간, 근로정신대에 대한 조사와 자료 발간 등도 할 예정이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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