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반을 아십니까”/여중생 적어 남학생만으로 반편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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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왜 우리는 짝궁이 없습니까”항의
서울 가락동 K중학교 1학년7반 학생들은 자신의 학급을 「홀아비반」이라고 부른다.
이 학교는 남녀공학이어서 1반부터 13반까지 남학생과 여학생이 「짝꿍」을 이루고 있지만 7반만은 남학생뿐.
신입생 추점배정에서 모두 6백99명의 국교졸업생이 배정됐으나 남학생 7학급(3백75명),여학생 6학급(3백24명)으로 남녀비율이 불균형을 이루는 바람에 학교측이 고심끝에 남학생만의 「단일반」을 설치키로 한 때문이다.
7반 학생들은 『남녀공학에서 왜 우리만 여학생 짝궁이 없어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학생들의 주장은 13개학급 모두를 남학생 29명,여학생 25명으로 편성하면 한 학급에 4명의 「외기러기」가 생기지만 주별 또는 월별로 분단을 나눠 바꾸면 공평하게 남녀짝꿍을 이룰 수 있지 않느냐는 것. 특히 이번 K중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은 1백% 인근 K국교 졸업생들이어서 6년간 짝을 이뤄온 짝꿍을 놓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측도 고민은 있다.
조성현교감은 『학생들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주당 24시간의 상대적으로 많은 수업에 지쳐버린 가정과목 교사의 수업시간이 2시간 정도 더 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반편성대로라면 한학년에 12시간의 수업시간이 발생하지만 전체를 혼성으로 할 경우 13시간이 된다.
이에따라 상대적으로 수업시간이 적은 기술·공업교사의 부담을 약간 늘리는 것으로 조정했다는 것이다.
조 교감은 『남녀 혼성반이 나름대로 교육적 효과도 있고 학생들도 원하지만 교사수급 문제가 뒤따르지 못해 어쩔 수 없다』며 남녀비율을 불균형 배정한 교육청이 원망스러운 눈치다.
결국 이같은 「홀아비반」의 등장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남녀성비와 학교수급의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현재 전국 국교생의 학년별 남녀 성비는 여학생 1천명에 남학생이 ▲6학년 1천54명 ▲5학년 1천61명 ▲4학년 1천65명 ▲3학년 1천76명 ▲2학년 1천91명으로 저학년일수록 남학생의 비율이 엄청나게 크다.
이에따라 대부분 남녀공학으로 설립된 이들 중학교는 결국 더 많은 「홀아비반」이 등장하게 될 전망이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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