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폐장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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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회사원인 40대 L씨는 세번째로 응급실에 입원하게 되었다. 두달 전 처음에는 감기 기운같은 증상으로 시작되었으며 기침과 가슴에 통증이 나타나고, 숨이 답답하며 고열이 있어 병원에 입원, 급성폐렴으로 진단받았다. 2주간 치료 받은 후 퇴원한 날 밤에 가슴이 답답하고 기침·고열이 재발해 다시 응급실에 내원했다.
양측폐에 광범위한 염증과 저산소증, 백혈구 증다증 소견이 있어 폐렴의 재발로 진단받고 다시 항생제 투여 등 2주간 약물가료를 받은 후 호전되어 퇴원했는데 퇴원 후 첫 밤을 지내는중 새벽녘부터 다시 증상이 도져 세번째로 입원하게 되었다.
세번씩이나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으므로 폐컴퓨터단층촬영과 기관지경 검사 등 정밀검사를 시행하고 시험적 개흉수술을 통한 폐생검을 시행해 과민성 폐장염으로 진단했다.
과민성 폐장염은 곰팡이 포자, 특별한 균 및 생물체의 미세한 조각 등이 흡입되어 폐포에 도달하면 이런 것들에 대한 알레르기-면역반응으로 폐에 염증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원인에 노출되면 증상이 나타나고 회피하면 증상이 소실된다. 만약 반복해 노출하면 유사한 증상이 재발하지만 계속되면 점차 고열과 같은 급성 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계속되는 폐실질 파괴로 인한 폐성유화 등 만성 폐기능 장애소견이 나타난다.
버섯재배 온실 속에 들어가면 처음에 감기로 시작하고 점차 숨이 가빠지는「농부폐」와 가습기를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발병하는「가습기 병」이 이런 종류의 병이며 이웃 일본에서는 고가에 거주하는 사람에게서 여름에 특별한 종류의 곰팡이에 의해 흔히 발병한다고 보고되어 있다.
L씨처럼 비교적 특징적인 증상과 검사소견을 보이면 진단에 어려움이 없으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 버섯 재배자에게 발생되는 농부폐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선 아직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진 예가 없다. 이 환자는 다른 집에서 기거하게 한 시험을 통해 원인이 그의 오래된 집에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환자는 환경회피와 약물로 치료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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