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서씨 모스크바 초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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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양화가 박종석씨(53·사진)가 모스크바 동양학 박물관 미술관의 초대를 받아 8월26일부터 9월27일까지 개인전을 갖는다.
끊임없이 생성·분열하는 분자의 움직임을 통해 생명 현상의 본질을 탐색한『분자의 세계』등 추상유화 60점을 출품한다.
이번 초대전은 가나화랑의 초청을 받아 지난해 11월 내한했던 푸슈킨 미술관장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박씨는 24세 되던 63년 서울 수도화랑에서 개인전을 가졌을 정도로 일찍부터 감수성이 뛰어난 작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3대째 내려오는 가업인 목공예를 포기할 수 없어 20여년간 목공예에 전념하며 재야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오랫동안 바다가 있는 풍경을 담은 구상화를 즐겨 그렸다.
사물의 형상보다 본질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후부터 그는 바다의 겉모습이 아니라 바다의 내면구조를 드러내기 위해 분자 이미지의 추상작업으로 급선회했다.
그의 분자 이미지는 때로는 버섯모양처럼, 때로는 산혼초처럼 화려하면서도 역동적이다. 국내 추상 화단의 주류를 이루는 추상표현주의가 주로 감성에 의존한다면 그의 추상세계는 극도로 의도된 이지적 세계다.
그의 추상하는 기법면에서도 특이하다. 붓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고려청자의 상감기법처럼 나이프로 물감을 긁어내며 온몸으로 음각해 나간다.
3대를 잇는 목공예집안 출신답게 그의 화폭엔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밴 공예기법이 응용되고 있는 것이다.
모스크바 동양학박물관미술관은 에르미타주미술관·푸슈킨미술관과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유서깊은 미술관이다. 2년전 중견 조각가 김창희씨도 이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가진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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