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중 높아진 한·독 경협/새정부 첫 국빈 콜총리 방한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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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속전철 선정 관련 치열한 로비 펼칠듯/한국 주변 4강위주 지양… 외교폭 다변화
헬무트 콜 독일총리가 1일 오후 한국의 신정부 출범 이후 첫 외국 국빈으로 공식 방한했다.
콜총리의 방한은 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한차례 연기된 것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독일 통일의 주역인 콜총리가 김영삼대통령 정부의 첫 국빈이 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는 지난 82년부터 구서독총리로 취임해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통일을 이루어냈다. 그는 2일 정상회담을 한뒤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의 흔적으로 남은 판문점과 수성동 마을을 방문한다.
새정부로서는 주변 4강이 아닌 독일과 첫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이제까지 4강위주의 외교에서 좀 더 다변적이고 주체적인 전방위 외교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기도 하다.
한국은 독립 이후 55년부터 독일과 다시 외교관계를 가졌으나 독일총리를 맞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이 거의 모두 독일을 방문했었다. 독일에서도 이에 상응하게 뤼프케,폰 바이체커대통령 등이 방한하기는 했으나 내각제를 실시하고 있는 독일로서는 한국을 「실질관계」보다는 「의전적인 관계」차원에서 대해온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더군다나 지난 67년 7월의 「동백림 사건」은 독일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그런 의미에서도 문민정부의 출범과 함께 처음으로 독일총리가 한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양국관계를 새로운 차원에서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콜총리의 방한에 구체적인 현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정부에서 다시 심사하고 있는 고속전철의 차종선정과 관련해 독일측도 상당한 관심을 표시하고 있어 이번 방문기간 중에도 어떤 형식으로든 로비활동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이어 이달말이나 내달초께로 예상되는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의 방한과 함께 전철 로비전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보다는 아시아 순방중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하는데는 전반적인 양국 경제관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미가 크다.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독일의 5대 통상대상국의 하나고,세계에서는 22번째 수출대상국이라는 점에서 독일의 중요한 경제적인 파트너의 하다다.
유럽공동체(EC)에 진출하는 방편이 되고있는 한국의 대독투자는 지난해 11월말 현재 3천9백만달러로 유럽에서는 영국 다음으로 두번째이고,독일의 대한투자도 4억1백만달러로 네덜란드에 이어 두번째다. 기술도입은 지난해 6월 현재 4백37건으로 유럽국가 중에는 가장 많다.
독일은 최근 경제적인 영향력의 증대에 힘입어 국제질서의 변화를 타고 국제정치에서의 발언권도 강화하고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와 관련해 그동안 소홀했던 아시아를 중시하는 「신동방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아시아 5개국 순방에 나서게 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따라서 동아시아의 전략적인 요충지에 위치한 한국에 대한 관심도 당연하다.
이러한 독일의 위상에 따라 북한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외교관계 수립을 요청하고 있으나 핵문제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갖고있는 불신들을 이유로 관계를 갖지않고 있다. 독일은 주북한 스웨덴대사관에,북한은 주독중국대사관 베를린분관에 각각 과거 동독과 북한간의 대사관을 이익대표부로 변경해 잔류시키고 있을 뿐이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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