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세대 정계 급부상/65년 한일수교 반대 반독재 대학생그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의원 11명·청와대·내각 등 골고루 포진/주로 야권에 있다 3당합당이후 활기
새정부 출범을 전후해 정치권에 「6·3세대」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와대 사회·문화 수석비서관에 일반에 전혀 낯선 김정남씨가 발탁되면서 그 수식어에 「6·3세대」주역이라는 말이 붙었다. 이어 김 수석을 김영삼대통령에게 소개한 김덕룡의원이 정무1장관에 임명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인사에 조금 앞서 또다른 6·3세대인 김덕규의원이 민주당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갑자기 정치권에 6·3세대가 몰려들고 있는 느낌이다. 5공이 4·19세대의 정치권 전면등장 시기였다면 14대국회,특히 새로운 김영삼정권의 출범은 6·3세대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여야에 11명의 의원이 골고루 포진하고 있을 정도로 6·3세대가 사회의 중추세대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6·3세대는 지난 65년 6월 한일 국교정상화를 전후해 2천여동안 「한일회담 반대」를 외치며 반독재학생운동을 폈던 대학생그룹을 지칭한다. 한일회담의 막바지 교섭이 진행되던 64년 당시 대학 3,4년생들이었던 이들은 현재 50대초반의 장년으로 대부분 정치권과 학계·언론계에 중견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6·3세대는 「행동」과 「정열」위주의 4·19반독재투쟁과는 달리 서울대 민족주의비교연구회(민비연)라는 이념서클을 토대로 「민족주의」와 「반독재」를 결합해 폭넓은 지적·이념적 추구를 행동축으로 하고 있는게 특색.
현재 6·3세대 현역의원으로는 민주당의 김덕룡·서청원·박범진·이명박의원,민주당의 유준상·김덕규·이협·조홍규·김충조·박정훈·남궁진의원 등이 있다.
민비연은 처음 이종률 전 의원 등이 주축이 돼 결성됐다. 6·3세대의 트로이카로 불리는 서울대 정치학과 동기생(61학번) 김중태(전 국민당 송파을 지구당위원장) 김도현(민자당 성동을지구당위원장) 현승일(국민대총장)씨는 모두 원내진출을 시도했으나 아직 아무도 못들어가는 기록을 갖고 있다.
김덕룡 정무1장관은 64년 서울대 학생회장(문리대 사회학과)으로 대일 굴욕외교 반대시위를 주도하다 투옥됐다. 이것이 인연이 돼 김영삼대통령과 가까워졌으며 마침내 70년 그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 24일 거의 무명상태에서 사회·문화수석으로 전격 발탁돼 세인을 놀라게 했던 김정남씨 역시 정치학과(61학번) 재학시절 6·3사태의 주동인물로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그는 그후 줄곧 재야민주화운동에 몸담아왔다. 김 수석은 74년 김 대통령의 신민당총재시절 김덕룡장관의 소개로 연을 맺은뒤 틈틈이 연설문 작성 등으로 도왔다. 지난해 11월에는 김영삼후보 지지의 「신한국 창조를 위한 시민연합」(신한련)을 만들어 김 후보를 도왔다. 신한련은 의장인 김 수석을 포함,중앙위의장 송철원씨(서울대 정치학과 61학번),부의장 임무현씨(서울대 상대 61학번) 등 6·3세대가 중추였다.
민주당에는 고대의 한일협정 반대시위를 주도,두차례나 구속된 김덕규사무총장을 비롯해 고대 정경대 학생회장으로 6·3세대의 「얼굴」격인 박정훈의원,최고위원 출마에 나선 같은 고대출신의 유준상의원,서울대법대 출신의 이협의원 이외에 조홍규(고대) 박석무(전남대)의원 등이 있다. 이들 민주당의원들은 미야자와 일 총리 방한중 국회연설에 반대성명을 내고 불참,6·3세대의 「고집」을 드러내기도 했다.
6·3세대의 원외인사로는 김문원 전 의원,안성혁씨 등 여권인사와 이원범 전 의원과 김경재씨 등 야권인사들이 있으며 학계에는 최장집·서진영 고대교수(정치학) 등이 있다.
6·3세대의 정치인들은 3당합당 이전에는 거의 대부분 야권에 몸담고 있었다. 김덕규 사무총장은 『6·3세대는 이제 각자의 정치적 입지에 따라 국정에 참여하며 민족·민주주의의 6·3정신을 구현해 국가발전에 기여할때』라고 말했다. 박범진의원(민자)은 『김정남수석의 발탁은 인상깊지만 6·3세대가 실제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자리잡아 나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최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