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정신 속 선후배 정도 "듬뿍"|「교복 물려 입기」운동 펴는 수원 권선 중 전용미 교사&&「헌옷」입기 꺼리지 않는 학생 많아 흐뭇 졸업생들 깨끗이 손질·세탁 성의 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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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 아이들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순수해요. 많은 부모님들은 요즘 아이들이 헌옷을 입지 않을 거라고 먼저 단정짓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선배들이 입던 교복을 입고 마냥 즐거워하는 학생들을 보고 제 자신도 놀랄 정도였으니까요.』
최근 졸업하는 학생들로부터 교복을 기증 받아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교복 물려 입기를 시도하고있는 수원 권선 중학교 전용미 교사(36). 그는 교복 물려 입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궁핍했던 과거에 대한 부모들의 빗나간 보상심리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절약정신을 가르치는데 큰 걸림돌이 돼온 것은 아닌가하고 뒤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전 교사는 지난 12일 3백82명의 졸업생 중 1백50여명으로부터 교복을 기증 받아 2, 3학년이 되는 재학생 1백20여명에게 선배의 교복을 골라 입게 했다. 바지·셔츠·재킷 등을 크기대로 상·중·하로 나눈 그는 현재 입고있는 교복사이즈가 맞지 않는 학생들 중 되도록이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우선으로 각 학급 담임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점심시간 등을 이용, 미술실로 불러 갈아입도록 했다. 한창 때인 만큼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키 때문에 마치 동생 옷처럼 작고 짧아진 교복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을 보면서 늘 안타까웠다는 그는 졸업하면 쓸모가 없어지는 교복을 선후배간에 물려주고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그가 지난해 학기초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들에게 이를 제안하자 1학기 끝날 무렵 3학년학생들이 여름교복을 벗어 1백여 벌의 교복을 모아 「적극 참여」의 뜻을 표시했으며 지난 졸업식 날엔 1백50여 벌의 겨울교복이 다시 모아졌다. 기증된 교복들 중엔 단추가 떨어지고 해진 교복도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깨끗이 세탁 손질된 것으로 옷을 기증한 졸업생들의 성의를 엿보게 해 보는 이들을 더욱 흐뭇하게 했다.
『교복 물려 입기는 절약하는 생활습관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선후배간의 두터운 정도 나눌 수 있게 해주므로 일석이조인 셈이죠.』
남은 교복은 올 입학생 중 형편상 새로 교복을 맞추지 못한 학생들에게 골라 입게 할 생각이라는 전 교사는 앞으로 교복에 작아진 운동화와 체육복, 또 책과 문구류까지도 학생들끼리 서로 나눠 쓰는 기회를 마련해 『절약은 반드시 생활이 어려워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물건을 아껴 쓰면 결국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생활의 작은 지혜를 나눌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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