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역모기지 제도 정착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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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고령화 추세는 사회·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와 출산인구의 감소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노인가구의 생활 안정이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지만 현행 노후소득보장 체계는 아직 초보단계에 있으며, 성숙기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기금의 심각한 불안정 문제를 안고 있다. 국민연금의 개선방안을 모색함과 아울러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장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있다.

 역모기지(주택연금)는 주택을 담보로 노인들이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소유 주택에 거주하면서 매월 일정 금액을 연금 형태로 지급받는 제도다. 가입 대상은 부부 모두 65세 이상이고, 시가 6억원 이하의 1주택을 보유한 경우다. 지급받은 총대출금은 대출받은 사람이 사망하면 해당 주택을 처분해 상환하게 된다. 주택의 가치가 총대출금을 초과하면 그 차액을 상속권자에게 돌려준다. 반대의 경우에는 차액을 갚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대출받은 사람은 손실을 입지 않는다. 대출기관이 입게 되는 손실은 역모기지 보험을 통해 해결한다.

 역모기지 제도는 재정의 큰 부담 없이도 노후의 주거안정과 생활안정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정부도 이 점에 주목해 이 제도의 도입을 결정했고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상품을 시판한다. 역모기지 제도가 활성화되면 주택은 갖고 있으나 생활비가 부족한 노인들의 생활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노인들의 소비 촉진을 통한 경제의 활성화 효과도 기대되며, 주택가격의 안정화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인들도 주택을 상속해야 하는 재산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생활의 방편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역모기지 제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역모기지는 주택 소유자가 사망하는 시점의 미래 주택가치를 담보로 이루어지는 장기 대출상품이다. 미래의 주택가격과 이자율의 변동에 의한 시장 리스크 (market risk)와 사망률 변화에 따르는 장수 리스크 (longevity risk) 등 많은 위험이 따르게 된다. 따라서 이 제도는 민간부문에서 취급하기 어려워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관련 리스크를 보증하는 공적 보증 상품으로 운영하게 된다. 앞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법의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재정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역모기지 보증기관의 리스크를 자본시장에 전가함으로써 보증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증권화(securitization)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할 것이다. 역모기지는 대출이 종료될 때까지 자금의 회수 없이 계속적으로 대출을 실행해야 하므로 장기적으로는 역모기지의 증권화를 통한 자금조달 방안이 필요하다.

 역모기지의 지급방법도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향후 역모기지의 지급방법을 다양화해 노인계층의 욕구에 부합하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제도가 정착되는 추이를 보면서 가입 대상을 넓히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또 이 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계층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농촌은 이미 초고령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농촌 노인들은 생활비 조달을 위해 농사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있다. 이들의 노후 생활안정을 위해서는 농가주택과 함께 농지를 담보로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농촌형 역모기지 제도의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

마승렬 대구대학교 보험금융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