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집 『숨은 사랑』 펴낸 소설가 정종명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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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시대나 상황에 의해 소설이 논의되기 보다 이제 인생과 사랑, 그 깊이와 문체에 의해 이야기됐으면 합니다. 70, 80년대는 작가의 정치적 책임감 때문에 너무 중압을 받았습니다.
지금 일고 있는 역사인물 소설붐도 그러한 70, 80년대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강한 반발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소설도, 그것을 이야기하는 평론도 다시 정통파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작가 정종명씨(48)가 창작집 『숨은 사랑』(동아출판사간)을 펴냈다. 78년 단편 『사자의 춤』으로 등단, 창작집 『오월에서 사월까지』 『이명』과 장편 『인간의 숲』 『아들나라』에 이은 다섯 번째 작품집인 『숨은 사랑』은 표제작을 비롯한 6편의 중편을 통해 이루어질 수 없는 순수하고도 슬픈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제지간인 노시인과 젊은 여교수 사이를 그린 『숨은 사망』, 10년이나 열정적인 연애를 하고도 결혼에는 실패하는 『어느 몽상가의 빗나간 운명론』, 운동권학생과 순진한 시골아가씨의 연애를 다룬 『빠른 바람은 소리로 남는다』, 여대생과 다방 주방장의 빗나간 사랑의 궤적을 다룬 『그러나 사랑은 아름답다』 등을 통해 사랑도 수지를 맞춰야하는 이 시대에서 연애·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묻고 있다. 그러면서도 작품배경에는 군사독재의 메커니즘, 전체를 위해 개인의 회생을 강조하는 시대적 상황도 깔고 있다.
『단편에서 곧바로 장편으로 넘어가다 작가적 한계에 부닥쳐 중편소설에 매달렸습니다. 좀더 나은 장편소설을 쓰기 위한 그 훈련장으로서 중편을 이용했다고나 할까요. 장편에 나타나는 총체적 효과, 그리고 치밀한 구성과 농밀한 문장의 단편 미학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한 방편으로 중편을 택했습니다.』
우리 소설이 장편화·대형화돼 가는 것은 바람직하나 우선 그것을 뒷받침해줄 작가적 역량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 정씨의 지적이다.
현재 한 경제지에 역사소설 『거물』을 연재하고 있는 정씨는 앞으로 허균과 그의 소설『홍길동전』을 소재로 역사소설의 참 맛에 도전해 보겠다 한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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