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소득 과세 강화해야/10년내 첫 세수미달 대책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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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기침체탓만 아닌 경제구조적 문제/근본적 세제개혁·금융실명제 서둘러야
10년만에 처음인 92년도 세수의 「구멍」을 단순한 경기침체의 결과로 돌리기에는 그 「구멍」안에 담겨있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너무 많다.
지난해 세수의 목표미달은 경기를 지나치게 급냉시킨 거시경제 운용상의 「난폭운전」때문이다.
그러나 세수부족을 불경기 탓만으로 돌리는 세정은 농사로 치면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천수답」수준이다.
지난해의 세수부족을 뜯어보면,그간 정부가 「형평과세」와 「세수확보」라는 두가지 절대명제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제대로 될 세제개혁에 손을대지 못했던 것이 경기침체로 노출되고만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불경기로 장사가 안돼 세금도 제대로 못걷는 판에 임금만은 대폭 올라 근로소득세는 초과달성되었고 이것이 다시 근로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역설이 바로 그간 세정이 제대로 「변신」하지 못한채 제자리에 머물러있었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형평의 욕구를 세금과 재정으로 해결못하니 임금인상 요구가 터져나온 결과인 것이다.
세금이 덜 걷혔다는 것은 할일 많은 재정의 밑천이 달리기 시작했다는 것이고,그렇다면 우리의 재정이 과연 우리 경제의 능력으로 그 밑천을 다 댈 수 없을만큼 「큰 재정」이냐 하는 것을 따져보아야 한다.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지난해 18.9%로,국민소득이 5천달러를 넘어갈 당시의 미·영·독의 조세부담률 23%,30%,25%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 이같은 조세부담을 국민소득 6천달러를 이미 넘은 우리 경제가 당해내지 못한채 세수에 구멍을 내고,그러고도 여전히 근로소득자들의 불만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어딘가 문제가 있어도 단단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근로소득세가 총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가 지난해 7.6%로 일본의 18%에 비해 훨씬 낮다. 이같이 외국에 비해 근로소득세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도 불만이 여전한 것은 「이웃나라」와의 비교가 아니라 바로 「이웃집」과의 비교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는 단순히 형평의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예컨대 최근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가장 주요한 이슈가 되고있는 금융자율화만 하더라도,그간 모자란 재정으로 살림욕심을 내다 보니 금융을 틀어쥘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수확보를 통한 재정의 확충 없이는 금융자율화도 요원한 일일 수 밖에 없다.
결국 근로소득이 아닌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만 위와 같은 모든 문제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세제개혁과 함께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금융실명제의 실시가 절실하다는 것이 10년만의 세수부족이 새정부에 가르쳐주는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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