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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스캔들 확산/이연정 붕괴위기/독일신문이 보도한 「백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수사지휘검사 「국민영웅 1호」/피아트자동차 간부들도 잇따라 체포/공공공사 발주에 10% 커미션 공식화
이탈리아의 정치자금 스캔들 파문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에 연루된 재무장관과 보건부장관의 사임으로 줄리아노 아마토총리가 21일 개각을 단행,사태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이탈리아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는 아마토정권 자체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년전 밀라노 한 양로원 원장의 구속에서 시작돼 현지 이탈리아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이 파문은 피아트자동차회사 간부들의 잇따른 체포,현직장관들과 전직당수급의 사퇴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이와 관련,독일의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지가 21일 공개한 이탈리아의 「부정부패 백서」는 다음과 같다.
▲체포=지금까지 뇌물수수와 관련,체포된 사람은 모두 8백28명이며 현재 정치인·공무원·기업인 등 모두 1천3명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검찰은 75명의 상·하원의원에 대한 면책특권의 박탈을 요구,수사결과 이들의 범죄행위가 드러날 경우 모두 구속할 방침이다.
▲관련정당=이탈리아의 거의 모든 정당이 이번 스캔들에 연루돼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지난주 사임한 베티노 크락시총재가 이끌던 사회당이 수십억리라의 뇌물을 받아 가장 많이 연루됐다.
▲유명인사=이번 사건에 관련된 인사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크락시사회당총재. 그 외에도 치리노 포미치노 등 전직 각료가 10여명 포함돼 있다. 치리아코 데 미타 전 총리와 전 기민당총재 아르날도 포를라니에 대해서도 수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기업인중에는 대건설업체 회장인 살바토레 리그레스티 등이 있다.
▲부패의 온상=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 가장 많은 곳은 북부 상공업 중심지인 밀라노로 모두 1백26명이 체포됐다. 이어 중부 아브루첸지방(1백16명)·로마·칼라브리아지방(97명) 순이다.
▲국민적 영웅=지난해 2월17일 이번 사건을 터뜨려 그간 온갖 회유와 협박을 뿌리치고 부정부패를 캐내고 있는 밀라노지검의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는 현재 「국민영웅 제1호」로 불리고 있다. 이미 그에 대한 후원회까지 조직됐으며 「시급한 정치개혁」이라는 그의 의지에 대항할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희생양=이번 사건에는 정당이나 정치인 외에 수백개의 기업과 수백명의 기업인이 연루됐다. 대표적 기업으로는 국영 석유·가스공사인 ENI,국영 지주회사 ENEL,국영 RAI방송,도로건설회사인 ANAS 등이 있다. 정부와 재계가 한통속이 된 부정부패로 이탈리아 공공기관의 발주에는 10%의 커미션이 정당과 정치인에게 뇌물로 전달되고 있다.
▲자수=사건이 이처럼 확대일로를 치닫자 「제발 저린」 사람들의 자수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뇌물을 준 기업가들로 선처를 기대하며 선수를 치고 있는 것. 지난주 디 피에트로검사에게는 무려 15명이 찾아와 범법사실을 고백하기도 했다. 처벌이 두려워 자살한 사람도 7명이나 된다.
▲희생자=이같은 「시스테마 알리탈리아」(이탈리아적 부패구조)의 희생자는 다름아닌 이탈리아 국민이다. 돈이 정치가나 공무원의 주머니로 흘러들기 때문에 곳곳에 돈이 모자란다. 도로 등 교통체계는 노후했고 공공서비스·의료체계도 형편없다. 장기간 이탈리아 경제가 성장해 왔음에도 다른 유럽선진국과는 달리 이탈리아 도시에는 공원이나 놀이터·체육시설 등이 없다. 국민들의 사회·문화생활도 수준이하며 문화재·예술품 등이 내버려진채 썩어가고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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