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삼성회장 미서 전자부문사장단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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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시대·신기술의 주인이 되자”/현장보고 위기감느껴 발상전환토록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은 미국에서 전자부문 사장단회의를 열고 『우리나라 제품의 국제경쟁력은 지난 4,5년동안 심각하게 약화되어 임금안정이나 금리인하 등 조금 정신을 차린다고 회복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기회선점,경쟁력확보를 통해 신시대·신기술·신시장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장중심의 경영을 강조해온 이 회장은 회의 첫날 8시간 마라톤 토론을 벌이는 등 18일부터 나흘간 미국에서 사장단회의를 소집,「전자부문 수출상품 현지평가회의」를 갖고 이같이 강조했다.
참석자들과 세계 주요 전자제품 78개 모델 및 삼성제품을 일일이 비교·분석한 이 회장은 『LA현지의 매장에 나가 상인들이 상품을 진열하는 것을 보면 우리 상품이 얼마나 천덕꾸러기가 되어있는지 알 수있다』며 『단순 조립이나 싸구려 수출은 이미 벽에 부닥쳤고 복합화·시스팀화·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우리는 단번에 3류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국제화시대의 새로운 경영회의 스타일로 국내기업들 가운데 처음으로 열린 해외 현지 회의에 대해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시장에서의 성패는 우리경제의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미국 현지에서 위기감과 현장감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발상의 대전환을 위한 충격요법』이라고 의미를 설명한뒤 현장중심의 경영을 부탁했다.
이 회장은 「기회선점과 경쟁력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경영」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며 『앞으로 2∼3년은 우리 장래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시기』라고 다시 강조했다.
이러한 이 회장의 경고는 삼성그룹의 기업경영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의 수출확대정책도 국내의 경기부양 차원이 아니라 현지시장에서의 제품경쟁력에 대한 객관적인 비교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한미통상마찰이 고조되고 반도체협상이 결렬되는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해있는 시점에서 로스앤젤레스 센추리플라자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이 회의에는 삼성전자 김광호사장,삼성항공 이대원사장,삼성시계 현명관사장,삼성경제연구소 임동승소장 등 삼성그룹의 전자관련 계열사 수뇌경영진 23명이 참석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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