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말고 칭찬은 아낌없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해 공부를 마무리하고 성적표를 받는 종업식 날(서울지역 국민학교는 대부분 20일).
자랑스런 성적표를 한시바삐 부모에게 보이고싶은 어린이가 왜 없으랴. 그러나 훨씬 더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가 얼마나 언짢은 반응을 보일는지 여린 가슴을 졸이며 집에 돌아올 것이다.
이때 부모의 태도에 따라 자녀가 새 학년을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니 참으로 중요한 시기다. 자녀가 자신의 학습태도·능력·앞날 등을 생각해보며 진지하게 새로운 각오를 다질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부모들이 반드시 마음에 새져야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자녀의 성적이 시원찮다고 해서 『이게 뭐냐』며 호되게 꾸짖거나 심지어 매를 때리고 성적표를 집어던지는 이들이 있는데 그린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몇 마디 이야기로 차녀의 마음을 움직여 진심으로 분발하도록 이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기 십상인 까닭이다. 자녀가 스스럼없이 성적표를 내놓지 못한다면 그런 「마음의 벽」이나 두려움을 갖게 한데 대해 부모가 먼저 반성할 일이다. 『너 성적이 형편없는 모양이구나? 어서 내놔봐』하는 식의 위협적인 말투로 자녀가 겁먹게 하지 말고 『너무 걱정 말고 어디 좀 보자』하는 식으로 마음의 부담을 덜어 줘야한다. 이때 다른 형제자매나 이웃아이들과 비교해가며 나무라면 곤란하다. 그 대신 지난해의 성적이라든가 다른 과목과 비교해보고 좀더 향상된 부분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칭찬해주자.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자녀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앞으로 좀더 잘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국어를 더 열심히 하는 게 좋겠지』하는 식으로 말하고, 그러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될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상의하는 긍정적·발전적 자세라야 한다. 기대한 것보다 성적이 좋다고 해서 과분한 선물·외식·용돈 등 물질적 보상으로 끝낸다면 자녀의 지나친 우월감이라든가 자만심만 조장하기 쉽다. 아낌없이 칭찬해주되, 좀더 노력하거나 보충할 부분은 없는지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해서 더욱 성장·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한다.
대부분 성적에만 신경 쓰기 십상이지만, 행동발달이나 특별활동에 대한 교사의 평가에도 그 못지 않은 관심을 기울여 자녀가 조화로운 인격체로 자라게 도와 줘야한다.
물론 부모의 정성과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자녀가 평소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을 한가지쯤 장만해놓고 지난 한해동안 참 수고했다며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리고 자녀를 칭찬·격려하는 뜻에서 좋은 책을 미리 준비했다가 마음에 새길만한 글을 한마디 적어 선물한다던가, 함께 서점에 가서 자녀의 수준과 취향에 맞는 책을 골라보는 것도 권할만한 방법이다.
성적표는 자녀의 성장·발달을 한눈에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이다. 한번 읽어 본 다음 적당히 치워버리지 말고 깔끔한 상자에 차곡차곡 잘 보관했다가 다음 번 성적표와 비교하면서 어느 모로든 좀더 나아졌는지 살펴보며 새로운 각오를 다질 수 있게 지도할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