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추진력 뛰어난 「현실적」 개혁론자/「박재윤경제」어떤 방향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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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금융자율화 등 구조조정에 큰 관심/한은법논쟁때 「소신」 보여준 “경성”
「경제회복」과 「강한 청와대」를 내세운 차기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박재윤 경제수석비서관이 임명된 것에 대해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의 진용이 확정된 17일 박 수석은 쏟아지는 모든 인터뷰 요청에 대해 『나는 심부름꾼일 뿐』이라는 답변으로 말을 자제,경제수석으로서의 「순항」을 시작했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박 수석은 그간 금통위원이나 금융산업발전심의위원,YS 신경제론 입안자 등의 「공인」으로서 주요 정책에 관한 자신의 「성향」을 여러곳에서 표출했었다.
박 수석은 일단 상당한 「개혁론자」라는 것이 주변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러나 단순히 앞만보고 밀어붙이는 개혁론자가 아니라 개혁을 이루기 위한 「전략」을 항상 염두에 두고있는 현실적인 개혁론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면에서 박 수석은 평소 경제의 구조조정은 철저히 일관성을 지켜야 하지만 변화무쌍한 경제상황에 따른 단기적 정책대응은 수시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박 수석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경제상황과 관련하여 공금리의 인하를 주장하면서 안정론자라고 하여 상황변화에 아랑곳없이 항상 긴축만을 고집하고,성장론자라고 하여 항상 경기부양만을 주장하는 것 모두가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지켜왔었다.
장기적으로 일관성을 가지고 추구해야할 목표는 금융자율화 등의 구조조정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경제정책의 미조정을 위해 얼마든지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그의 융통성과는 달리 지난 88년 한은법 논쟁때 박 수석(당시 금통위원)이 보였던 입장은 그의 「소신」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의 미묘한 상황에서 그는 금통위가 나름대로의 입장을 표명해야만 한다는 의견을 처음냈었고 그는 중앙은행이 누구에게 책임을 져야 하느냐를 따지지 않고 한은의 독립을 논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에서 『금통위가 통화신용정책을 맡되 금통위의장이 한은 총재가 돼야지 한은총재가 금통위의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펴 한은으로부터 『재무부 편을 든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었다.
박 수석의 기획력과 추진력을 높이 사는 사람들도 많다. 가까운 예로 박 수석은 YS 신경제론의 골격을 짜면서 그의 기획력을 인정받은 것이 비로소 YS의 진짜 신임을 얻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그의 측근들의 이야기다.
예컨대 YS의 신경제론은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지도력이 갖추어야 할 세가지 원칙으로 ▲자율성 ▲일관성 ▲투명성을 들고 있는데 이는 YS가 강조해온 ▲민주주의 정치 ▲예측 가능한 정치 ▲깨끗한 정치라는 정치철학을 경제정책에 논리적으로 정확하게 접목시킨 결과라는 것이다.
그의 성격은 사실 「경성」이라는 것이 주변의 일관된 관찰이다.
『심부름꾼』임을 자처한 박 수석이 앞으로 그의 「경성 개혁의지」를 「심부름꾼」으로서 어떻게 펴갈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그런면에서 그간 「입각」의 가능성을 스스로 배제하고 「청와대」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YS에게 진작 표했었던 박 수석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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