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만 2천명이상 “활약”/신종 어음사기단 수법과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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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유령사」「백지」「복제품」 등 전공분류/경찰출신 유통책 고용 신뢰 높이기도
17일 신종 어음사기단 2개파를 적발한 검찰은 서울 청계천 T상가와 신설동·종로5가 다방 등을 주무대로 해 2천여명이상 전문사기범들이 활동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틈타 더욱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들 어음사기단은 ▲유령회사나 부도회사어음을 전문으로 하는 「딱지방」 ▲백지어음을 전문으로 하는 「밀어방」그리고 이번에 주목을 받게된 ▲복제품을 여럿 만들어내는 쌍둥이 어음전문 「눈깔방」 등으로 분류된다.
필요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이들 어음사기단사이에도 이번에 적발된 「눈깔방」은 같은 번호의 위조어음을 다량 생산하는 탓에 1건당 1의 부도어음을 유통시키는 「딱지방」 등 고전적인 브로커들조차 『유통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비난하고 있을 정도다.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검찰은 말한다.
검찰이 구속된 유병칠씨(56) 일당은 75년부터 시작된 유씨의 전과7범 범죄경력이 말해주듯 어음위조에 대가급 조직이나 이들의 「눈깔파기」수법에 동원된 기구들은 일제 잉크지우개액과 어음액수를 찍어내는 금액기,면도칼과 강력본드뿐.
이들은 시중에 유통중인 진성어음을 복사,어음번호와 은행·회사명 등을 파악한뒤 싼값에 나도는 부도·유령회사의 어음을 대량구입하고 있다가 손님이 찾아들면 수십차례의 면도칼질로 진성어음과 동일한 부도어음의 어음번호와 컴퓨터인식용 어음인자를 도려낸뒤 세겹으로된 어음용지의 한겹을 교묘히 도려내 겹부치고 위조한 명판과 도장으로 회사명과 발행은행을 본떠 액면가만 다른 쌍둥이 어음을 만들어냈다.
검찰에 압수된 이들의 장물은 손님의 요구에 따라 액면가를 찍어낸 것으로 손과 육안으로는 덧붙인 부분의 두께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여서 「대가」의 솜씨를 엿보게 했으나 어음을 물에 불려보면 위조된 문자가 불어나고 잉크가 번지는 특징을 보였다.
이들은 위조장비외에 「접선」을 위한 첨단통신장비를 이용,고유번호만으로 연락을 취한뒤 이동하는 자동차와 자동차 사이에서 거래를 하는 등 치밀한 사업수완을 발휘하기도 했으며 대졸출신·경관출신 등의 유통책을 고용해 신뢰도를 높이는 수법도 썼다.
이밖에 「밀어방」은 컬러복사기 등을 이용 백지어음을 만들어내 유통시키기도 하나 위조된 백지어음은 빛에 비추어보면 무궁화 문양이 나타나지 않아 진성어음과 구분된다.
「딱지방」은 실물거래없는 유령회사를 설립,당좌계좌를 개설한뒤 어음용지를 이용해 부도가 났거나 곧 부도가 날 어음을 유통시키는 수법으로 정상할인가보다 싼값에 할인되는 특징을 가졌으며 배서인을 추적하면 사망한 사람의 주민등록번호가 나타나는 등 추적이 단절되기도 한다.
검찰은 어음사기단으로부터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어음거래전에 발행은행에 직접 찾아가 발행회사의 명판과 직인을 확인하고 어음번호 등을 유심히 살펴 숫자내외의 문양을 다른 부분과 대조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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