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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는 'PGA의 당당한 빅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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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경주는 이제 PGA 투어의 '당당한 주연'이다.

1999년 Q스쿨을 통해 어렵게 PGA 투어에 진출한 동양인 최경주를 미국 언론은 '투어에 다양성을 불어 넣는 양념' 정도로 봤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4승을 거두자 시각이 달라지더니 올해 5주 사이에 굵직한 두 대회를 연거푸 차지하면서 이런 시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2승 모두 우즈가 출전한 A급 대회이며 마지막 날 챔피언 조에서 5타 차와 2타 차를 뒤집은 역전승이어서 그의 가치는 더욱 올라갔다.

최경주가 17번 홀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벙커샷 버디를 성공시킨 뒤 손을 번쩍 들며 환호하고 있다. [베데스다 AFP=연합뉴스]

◆세계 10위가 눈앞=10일 현재 최경주의 세계랭킹은 20위. 그러나 이번 대회 성적을 합산하면 15위 정도로 올라간다. 2년 전까지도 "왜소한 한국 선수들이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들어가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던 그지만 지금 그 목표 앞까지 왔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탱크처럼 앞으로 갔다. 여러 가지 난관이 내 앞을 막았지만 매일매일 나 자신을 믿었다."

외신기자들에게 밝힌 비결이다.

◆이젠 '빅 5'=올해 기록만 보면 PGA 투어의 '빅 5'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올 시즌에 2승 이상 거둔 선수는 타이거 우즈(미국.3승)와 필 미켈슨.잭 존슨(이상 미국), 비제이 싱(피지.이상 2승)에 이어 최경주가 다섯 번째다. 시즌 상금도 324만 달러(약 30억원)로 4위에 올라 있으며 올해 처음 도입한 플레이오프 포인트도 4위다.

◆독보적인 아시아 선수=최경주는 PGA 투어 통산 6승을 거뒀다. 다른 아시아 선수들이 거둔 총승수(5승)보다 많다. 일본의 마루야마 시게키가 3승, 아오키 이사오와 대만의 첸저충의 1승씩이 전부다. 이제 메이저대회에서만 우승하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아시아의 지존이 된다.

◆명예와 돈, 가족을 모두 얻다=PGA 투어에서 '가족 사랑의 대명사'는 필 미켈슨이다. 우승할 때마다 세 아이(딸 2, 아들 1)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웃음을 짓는 미켈슨에게 미국 언론은 찬사를 보낸다. 최경주 역시 세 아이(아들 2, 딸 1)에게 둘러싸인 모습에서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와 명예와 돈과 가족을 모두 얻은 행복한 사나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승의 보증수표, 벙커샷=최경주는 처음 골프를 배울 때 전남 완도의 명사십리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샌드웨지가 닳도록 벙커샷 연습을 했다. PGA 투어에서도 샌드세이브율(벙커에 들어간 뒤 파나 버디를 하는 확률)이 62%로 전체 4위에 올라 있다.

9일(한국시간) 4라운드 15번 홀(파 4)에서 3.6m 내리막 버디 퍼트를 성공해 2위 스티브 스트리커(미국)를 2타 차로 밀어낸 최경주는 17번 홀(파4)에서 마지막 위기를 맞았다. 두 번째 샷이 그린 옆 벙커에 빠진 것이다. 턱이 높은 데다 핀까지의 거리가 짧아 파를 지키기도 쉽지 않은 상황. 하지만 최경주는 이 위기에서 환상적인 벙커 샷을 날렸다. 벙커를 빠져나온 공은 그린을 튕긴 뒤 홀쪽으로 빨려가듯 구르더니 깃대에 맞고 그대로 들어가 버렸다. 우승을 확정 짓는 버디였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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