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은 범죄… 입법화 시급”/대검연구관 함승희검사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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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금융실명제 실시땐 검은 돈으로 성행 예상/행위포착땐 자료 수사기관 제공”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직비리와 부정부패 추방이 시급한 개혁현안이 되고 있는 가운데 「돈세탁」을 규제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검찰에서 제기됐다.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함승희검사는 16일 「미국에 있어서 돈세탁의 실태와 규제」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돈세탁행위 자체를 범죄화하는 입법적 대처를 해야 하며 금융기관·감독기관이 거액의 돈세탁 행위를 포착할 경우 이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같은 방안은 지난해말 대검간부회의에서 제안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져 신정부출범이후 있을 것으로 보이는 금융실명제 도입과 각종 부패척결 수사 등의 과정과 맞물려 추진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함 검사는 이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각종 대형금융사건에서 어김없이 등장해온 돈세탁행위는 그 자체가 범죄를 구성하지는 않지만 뇌물·로비자금·불법정치자금 등과 필연적으로 연관돼있다』고 전제,『따라서 돈세탁과정의 실체적 규명이 수사의 요체나 금융제도의 후진성과 수사기법의 미개발 등 장애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주한미 대사관이 제공한 정보를 인용,국내 무역상사나 금융기관 외국지점들이 미국의 범죄조직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며 마약자금·보석류 밀수자금·유학생을 위한 불법송금 등에서 국제간 돈세탁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함 검사는 『국내에서는 금융실명제가 도입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현금이나 현금과 유사한 소액자기앞수표 거래가 일상화돼있고 양도성정기예금증서(CD) 등 무기명 거액 채권증서가 금융거래의 주종을 이루고 있어 돈세탁이 비교적 용이하고 불법자금 조성의 필요성이 상존해 있다』며 『금융실명제가 실시될 경우 검은 돈의 필요성은 더욱 긴요하게돼 전문적 돈세탁행위가 성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과 유사한 형태의 입법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범죄조직에 대한 대통령위원회」의 입법건의로 86년 10월27일 발효된 「돈세탁규제법」(Money laundering control act)에 따라 마약·무기거래,뇌물·인질 등 법으로 규정한 특정범죄행위의 결과로 얻어진 불법수익의 성격·존재·출처 등을 은닉·위장하기 위해 금융거래를 하거나 이를 통해 얻어진 대용화폐를 국내외로 운반할경우 50만달러 또는 범죄목적물 가액의 2배 이하의 벌금이나 2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도록 돼있다.
또 금융기관보호법(Bank secrecy act)은 금융기관에 대해 ▲금융거래서류 5년간 보관 ▲1만달러가 넘는 국내 현금거래에 대한 보고서작성 및 내국세청 제출의무 ▲5천달러가 넘는 내·외국간 자금이동에 대한 보고서 작성 및 관세청제출의무 ▲5천달러가 넘는 외국은행 구좌보고서 작성 등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위반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달러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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