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올림피아드(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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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학은 모든 물리·화학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다. 과학은 물론 철학같은 관념적인 학문도 수학의 토대위에서 발전해왔다. 수학은 과학적 사고를 유발하는 기본이 된다. 과학적 사고란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지 결코 셋이나 넷이 될 수 없다는 합리적 사고를 뜻한다.
현대의 인문·사회과학에서 수학의 비중이 점차 커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수학교육의 중요성을 반영하는 국제행사에 「수학올림피아드」(IMO)라는게 있다. 스포츠의 올림픽처럼 세계각국의 영재들이 참여하는 이 대회는 스포츠의 체력싸움과는 다른 두뇌싸움이기 때문에 은연중 민족적 자존심이 걸려 있는게 특징이다. 대학교육 이전의 만 18세이하만 참가하는 이 대회는 애당초 동구권에서 처음 시작했지만 그 취지에 찬동한 서방국가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이제는 명실상부한 세계의 「두뇌올림픽」이 된 것이다.
올해 23개국이 출전한 이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우리나라 국민학생들이 만점자를 4명이나 배출하고 참가학생의 3분의 1이 전체성적 2%안에 드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둬 한국이 「우수국」이 됐다는 낭보가 들어왔다. 지난 88년부터 참가한 한국은 5년째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낭보를 듣고도 그대로 즐거워만 할 수 없는게 오늘날 우리의 교육현실이다. 바로 이 IMO대회에서 후배인 국민학생들은 매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그들의 선배인 고교생들은 89년엔 50개국중 23위,90년엔 54개국중 32위,91년엔 56개국중 17위를 차지해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왕성한 교육열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 과외다,보충수업이다 하며,특히 고교생들을 「교육이란 감옥」속에 가둬두고 있는 마당에 수학에서 이같은 저조한 성적을 나타내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입시위주의 획일·주입식 교육의 탓이다.
평준화된 학생들에게 기껏해야 몇가지밖에 안되는 교재를 가지고 가르치는 암기위주의 입시교육이 창의적인 수학적 사고를 개발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역설 같지만 국민학교때는 좋았던 머리가 중·고교의 입시교육을 통해 오히려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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