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제/앞당겨 실시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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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감원으로 실직한 근로자 재취업때까지 임금 보조/실시전엔 취로사업으로 구제
경기침체에 따른 대규모 감원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을 구제하는 방법은 없을까.
정부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산업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고,그 여파로 쓰러지는 기업은 경영자의 책임이라지만 졸지에 실직한 근로자는 하소연할 곳이 없다.
정부는 실직에 대비,재직근로자의 전직훈련을 강화하고 공공직업훈련원에서는 실직자를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 등을 확대할 계획이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학계나 노동전문가들 사이에서는 95년부터 도입키로 한 고용보험제를 1년이상 앞당겨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실직한 근로자가 재취업할때까지 6개월가량,실직전 임금의 50∼60%를 지급하는 고용보험제에 대해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안좋은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때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구조 조정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실업이 예상됐던 만큼 경기가 괜찮을때 고용보험을 실시했어야 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제도시행을 위한 법안마련 등 준비기간을 1년정도로 볼때 현재 실직자는 아무 혜택을 못보기 때문에 이들의 생계지원 차원에서 취로사업을 등을 통해 당장 돈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독일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고용보험제는 국내에서도 20년전부터 경기불황때마다 검토됐던 실업보험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논의자체가 흐지부지 되곤 했다.
73년 1차 오일쇼크때 거론됐다가 75년 중동건설붐을 타고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무산됐고 78년과 79년 2차 오일파동 및 사회불안으로 고용보험제 논의가 또다시 있었으나 이후 3저호황을 맞아 수면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예전과 다르다는 견해가 많다. 국제경쟁력을 위해 생산성을 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산업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따라서 실직자 양산이 계속될게 뻔하다면 어차피 도입할 고용보험제를 좀더 일찍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불황탓에 사용자로부터 새로운 자금을 끌어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며 그렇다고 정부가 떠안기도 힘든 형편이다.<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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