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승계 완료” 대외선전/김정일 중국 왜 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혁명이후 세대끼리 유대모색/나진·청진개방 설명… 「핵사찰」도 논의
북한 노동당비서 김정일의 3월 방중이 확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의 중국방문 목적과 형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일의 방중과 관련,중국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김의 방문계획을 서방외교관들에게 확인하고 있으며 여러채널을 통해 주변국들에도 이같은 사실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일의 중국방문은 ▲북한최고 지도자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극심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중국측의 지원을 요청하며 ▲국제적 압력이 증대되고 있는 북한에 대한 핵사찰 문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정일은지난해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취임하는 한편 권위강화 작업에 열을 올려왔다. 따라서 이번 방중은 김정일로의 권력승계가 완료됐음을 대외적으로 선언하는데 1차적 목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일 개인으로서는 공식적으로 83년이후 10년만의 방중이며 권력승계작업을 마무리짓는 첫 해외나들이다.
그러나 북한의 최대 우방인 중국은 김일성 등 북한 지도자들과 「혈맹」관계를 맺어왔던 「혁명1세대」들이 대거 퇴진,양국 관계의 접착도가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약화된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지난해 8월 한국과 국교를 수립함으로써 북한과 중국간 양국관계도 재정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김정일이 단독으로 중국 방문길에 나선다는 사실은 혁명세대 이후의 중국과 새로운 유대관계를 모색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에 바탕을 둔 것이며,바로 이같은 관계모색이 자신의 체제구축에도 결정적인 힘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일은 방중기간중 장쩌민(강택민)당총서기,양상쿤(양상곤)국가주석 등 중국지도부와 일련의 회담을 통해 북한의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경제적 지원요청과 함께 국제적 쟁점으로 부상해 있는 북한핵 특별사찰문제도 깊숙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은 원유·군수물자·생필품 등을 공급해 왔던 러시아로부터 경화결제를 요구받은데 이어 지난해 중국도 현금결제를 요구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가 한계점에 이른 상황이다.
따라서 김정일로서는 최대 우방인 중국으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경제적 지원증대를 약속받아야 할 절박한 실정이며,이를 위해 나진·청진개방 등 북한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개방조치들을 설명할 것으로 북경외교가는 전망하고 있다.
특히 북한지도부는 북한의 핵문제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로 이어지고 자칫 IAEA의 손을 떠나 유엔안전보장이사회로 넘어갈 경우 이라크가 당했던 제재조치 이상의 강도높은 국제적 압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일의 이번 방중기간중 중국이나 김정일 모두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 분명하며,김정일로서는 북한이 최악의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중국측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밖에도 김정일이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동북부지역을 시찰하는 것은 최근 급속도로 친남한화하고 있는 이들 지역 조선족에 대한 관계증진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중국정부는 김정일의 방문을 앞두고 예우문제에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중수교에 상응하여 북한·중국 관계는 종전의 「혈맹」이 아닌 일반적인 국가대 국가의 관계로 전환됐다.
하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됨으로써 한반도가 불안해지는 것을 꺼리는 중국으로선 김정일을 소홀히 대우하지는 않을 것이다.<북경=전택원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