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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공무원에게 필요한 칭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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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런데 그분들은 1년 열두 달 욕을 먹습니다. 모든 정부 부처를 통틀어 제일 많이 욕먹는 것 같습니다. 당장 ‘내신 50% 확대 파문’을 볼까요. 언론으로부터는 “대학 자율을 해친다”고 두들겨 맞고, 대학총장과 교수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교육부 못 믿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아예 교육부를 없애겠다”는 대선 후보도 있습니다.

 요즘 교육 공무원들은 불안·초조·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사기와 의욕도 곤두박질쳤습니다. 한 달 가까이 내신 홍역을 치른 이후에는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한 공무원은 고교생 아들로부터 “아빠는 왜 만날 욕만 먹고 다니느냐”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전에는 “아빠가 교육부 공무원”이라며 친구들에게 자랑하던 아들이 요즘은 창피해한다는 겁니다.

 30대 초반 사무관은 행시 동기 모임에서 “너희들 때문에 우리까지 도매금으로 욕먹는다”는 말을 듣고 눈물이 핑돌았다고 하더군요. “언론이 부정적인 면만 보도한다”며 따지는 이도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엘리트’라고 자부하는데 매번 뭇매를 맞으니 얼마나 속이 상하겠습니까?

 내신 파문을 지켜본 기자도 착잡합니다. 하지만 담당자들은 누군가의 눈치를 보느라 입도 못 열고, 판단력도 흐려진 것 같습니다. 답답한 언론이 여러 경로를 통해 얻은 정보로 기사를 쓰면 “그게 아니다”며 허겁지겁 해명하기 바쁩니다.

 내신 실질반영률을 30%로 깎아준 김 부총리의 6일 담화문은 정말 이상했습니다. 입시가 무슨 물건 바겐세일입니까? 흥정을 하게…. 값을 높이 불러 놓았는데 손님이 비싸다고 등을 돌리자 손해보는 척하며 깎아준 셈입니다. 김 부총리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이 만나서 합의문을 발표했을 때처럼 시장(대학 자율)에 맡겼으면 칭찬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교육 공무원들은 만성피로와 피해증후군에 빠진 것 같습니다. 청와대와 ‘코드’ 맞추랴, 전교조와 싸우랴, 대학과 입시전쟁 치르랴, 고달플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 다스리기’입니다. 도대체 뭐가 잘못돼 가고 있는지 차분히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 말입니다. 지난해 실·국장(18명)은 평균 하루도(0.8일) 휴가를 못 갔더군요. 과장은 사흘, 일반 직원은 나흘에 불과했답니다. 안쓰럽습니다. 그렇다고 일이 잘되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올여름에는 재충전하면서 생각해 보십시오. 자율은 못 보고 평준화만 보는 ‘색맹’ 정책을 하는 것은 아닌지, 선진국은 교육혁명에 온 힘을 쏟는데 왜 우리만 엉뚱한 데다 진을 빼고 있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칭찬받을 수 있는지, 자녀에게 교육부 직원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는지도 고민해 보세요.

 또 한 가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교육부를 전격 방문해 “교육부가 참 잘해 왔다. 초·중등 학교에서 창조적 교육, 건강한 시민교육이 뿌리 내리고 있다”며 극찬했습니다.

 대통령의 칭찬을 받는 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학생과 학부모들, 그리고 대학 교수와 총장을 비롯해 가르치고, 배우고,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에게서 받는 칭찬이 진짜가 아닐는지요.

양영유 사회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