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 ⑬] 좋은 사람을 뽑으려면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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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20면

잭 웰치(72·오른쪽)는 전설적인 경영인으로 세계 최대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CEO)를 20년간 맡았다. 웰치의 아내인 수지 웰치(48·왼쪽)는 세계적 학술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냈다.

Q: 저희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두 배로 커집니다.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해야 합니다. 정규 채용 수준으로는 어림없습니다. 회사가 이렇게 급성장할 때 어떻게 새 인재를 뽑아야 바람직할까요?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서 라스 달가드가)

A: 평상시에도 사람을 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당신의 회사처럼 비약하는 단계에서는 더 어려운 일입니다. 회사가 잘나갈 때는 모든 문턱을 낮추거나 없애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문을 활짝 열고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받아들이기 십상입니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는 길은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절차 등을 곱씹어 봐야 합니다. 독실한 신자가 종교 교리에 맞춰 모든 것을 판단하듯 당신의 원칙에 비춰 모든 지원자를 살펴보는 게 바람직합니다.

특히 단순 명료하면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기법을 채택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면접타율제(HBA·Hiring Batting Average)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 부부는 급성장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함께 면접타율제를 여러 차례 토론한 바 있습니다.

이 제도는 먼저 해당 부서장을 포함해 적어도 세 명이 지원자 한 명을 면접하도록 합니다. 면접관은 지원자를 본 뒤 ‘합격’ 또는 ‘불합격’을 밝히도록 합니다. 이도저도 아닌 의견은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한 직원을 채용한 뒤 여섯 달이 지났다고 가정합시다. 소속 부서장은 새로 들어온 사람을 평가합니다. 업무 실적이 기대치 이상인지 이하인지 채점하는 것이지요.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충분한 사례들이 쌓입니다.

사례가 충분해지면 입사자들의 ‘합격’ 의견과 실적을 견줘 보세요. 예를 들어 에밀리라는 부장이 지원자 10명에게 합격 의견을 냈습니다. 이 가운데 8명의 실적이 기대치 또는 그 이상이라면, 그의 면접타율은 8할이 되는 것이지요. 아주 환상적인 타율입니다. 에밀리가 사람 보는 눈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에밀리의 동료인 존이라는 부장은 12명에게 합격 의견을 냈습니다. 시간이 흘러 6개월이 지난 뒤 그 직원들의 실적을 평가해 본 결과 고작 4명이 기대치 이상이었습니다. 그의 면접타율은 3할3푼3리에 지나지 않은 셈이지요. 야구에서 3할대 타율이면 꽤 수준급입니다만, 인재 선발 게임에서는 높은 타율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최고경영자는 부장 존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저 일상 업무나 하도록 해야 합니다. 새로운 인재를 감별하는 일에서는 손을 떼도록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면접타율제는 채용의 효율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또 다른 이점 두 가지를 덤으로 갖게 합니다. 먼저 면접관이 된 간부가 열과 성의를 다해 지원자를 살펴보게 됩니다.
사실 면접이라는 게 간부들에게는 성가신 일이지요. 낯선 지원자를 앞에 두고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오는 요식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잦습니다. 지원자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대답해 이 사람이 저 사람 같고, 저 사람이 이 사람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간부들이 자신의 결정을 나중에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아주 강도 높게 진행됩니다. 상투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자리에서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무대로 바뀝니다.

게다가 간부는 자신이 합격 의견을 낸 직원에게 계속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직원의 멘토가 되는 것이지요. 좋은 사람을 알아보고 합격시키면 그 간부는 더 높은 타율을 기록하게 됩니다.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습니다. 회사는 우수한 직원을 뽑게 돼서 좋습니다.

정리하면, 고도성장 기업이 사람을 제대로 뽑기 위해서는 간부들이 열정적으로 지원자를 살펴봐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간부들은 적절한 채용 절차와 시스템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자신이 내린 결정을 책임져야 합니다. 그리고 채용한 사람이 조직 내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면접타율제는 한번쯤 고려해봄 직한 시스템입니다. 최고경영자인 당신은 그저 간부들의 면접타율을 정확하게 챙겨 보면 됩니다.

<질문을 한 라스 달가드는 임직원 실적 평가 프로그램 개발업체인 미국 석세스팩터스(successfactors)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다. 그는 소프트웨어업계 차세대 리더로 꼽힌다. 덴마크에서 태어나 코펜하겐대와 미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뒤 유니레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의 마케팅과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잭 웰치는 달가드와 친분이 두터워 석세스팩터스가 최근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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