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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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리의 심장부 시테섬 한가운데 우람하게 서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건축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 갈로로만교회가 있던 자리에 루이7세가 1163년 착공,1250년 루이9세때 준공되었으나 공사는 1345년까지 계속되었으니 실로 1백80년이나 걸려 지은 건물이다.
그러나 이 노트르담 대성당도 독일의 퀼른대성당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라인강을 굽어보는 언덕위에 자리잡은 높이 1백57m의 이 쾰른대성당은 1248년 착공해 1880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니 자그마치 6백30년이 걸렸다.
물론 우리나라의 옛 가람들도 수십년에 걸쳐 지은 건물이 적지않다. 경주의 불국사만 해도 535년(신라 법흥왕 22년)에 창건,751년(경덕왕 10년)에 완성을 보았으니 2백년이 더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돈도 있고 건축기술도 발달돼서 그렇기는 하겠지만 들어섰다 하면 교회나 절이며 그것도 대형건물이다. 우리의 종교와 신앙생활이 그 외형만큼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미국의 종교전문잡지 크리스천 월드가 조사발표한 것을 보면 세계 50대 대형교회 가운데 23개가 한국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한국교회의 급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신자수 10만명이 넘는 교회는 여의도 순복음교회(60만명)와 안양 남부순복음교회(10만5천명) 두곳뿐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1890년 불과 2백65명의 교인으로 출발한 한국 개신교는 이제 신자수 1천만명을 헤아리고 있다. 더구나 70년대 이후는 그 숫주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교회의 대형화를 촉진시키기도 했다.
그래서 교계 일부에서는 한국교회의 발전·성장을 위해서는 교회 대형화가 불가피 하다는 긍정론이 있는가 하면,다른 한편에서는 물량주의 풍조를 반영한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이같이 대형화로 치닫는 한국교회는 사회적 영향력도 그만큼 커진만큼 그 양적 성장에 비례해 베풂과 나눔도 더 커져야 할 것이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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