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컴퓨터부정 “네가지 추리”/광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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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OMR카드 정정·바꿔치기 가능성도/입력된 디스켓 자료 수정이 가장 유력
광운대 입시부정에서 컴퓨터성적 변조는 과연 어떤 방법으로 이뤄졌을까. 입시부정 주범들이 의무보관기간이 4년인 객관식 OMR(광학기호 판독)카드를 빼돌린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광운대의 성적조작 수법이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대학 전산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컴퓨터 성적변조 방법으로 OMR카드 자체를 고치는 것,입력이 끝난 자료를 컴퓨터로 수정하는 것 등 네가지 방법을 들고 있다.
가장 원시적인 방법은 OMR카드에 기입된 오답을 수정액으로 지우고 수성사인펜으로 정답을 새로 기입하는 것으로 이때 판독기는 정정사실을 읽을 수 없다. 이 방법은 전산 처리자의 도움이 필요없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으나 이미 밝혀진대로 부정입학생의 성적을 1백점이상 올리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수의 정정을 해야 하므로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다.
수험생의 답안지를 새로운 OMR카드로 바꿔치기 하는 수법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시험감독관의 확인 사인을 받을 수 없어 답안지가 무효처리될 위험(?)이 있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수험생이 확인 사인을 받은뒤 답을 전혀 기재하지 않고 백지로 낸 OMR카드에 정답을 사후에 기입,판독기에 넣어 컴퓨터에 입력하는 수법.
성공적으로 실행됐을 경우 가장 완벽한 방법이기는 하나 감독관의 의심을 피할 수 없고 사후 흔적이 남지 않아 카드를 없애버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번 경우에서는 배제될 수 밖에 없다.
광운대 입시부정에서 가장 개연성이 큰 것은 OMR판독후 입력이 완료된 디스켓을 다시 컴퓨터에 넣고 부정입학생의 성적을 변조하는 수법이다.
수험번호만 알면 수분안에 특정수험생의 파일을 불러내 작업이 가능한데 시험성적 원본디스켓을 보관하는 교무처장이 개입된 광운대의 경우 전산실 직원 1명만 가담하면 쉽게 부정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컴퓨터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대학의 자체컴퓨터 채점결과를 공신력있는 기관이 검증하는 「정보시스팀 감리제」 등 제도적 장치마련을 주장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의 공정의지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열사람이 한명 도둑을 막기 어렵다」고 말한다.<이훈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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