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거지는 아베 퇴진론 "실언 방위상 감싸다 또 100만 표 날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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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걸로 또 100만 표가 날아갔다."

'원폭 투하 불가피' 발언으로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방위상이 3일 물러나자 일본의 집권 자민당에선 "이대로 가면 29일의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의 퇴진도 불가피하다"는 내부 여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지난달부터 비리 의혹을 받던 현직 각료의 자살과 연금기록 분실이라는 강펀치를 맞고 비틀거리던 참이었다. 그런 와중에 방위상의 실언이 터져나왔고, 아베 총리는 이를 "문제없다"고 비호하다 사흘 만에 사표를 수리했다. 계속되는 '뒷북'에 "아베 총리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01년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 정권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내각 지지율까지 맞물려 '아베 퇴진론'이 선거 3주 전부터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집권 여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수를 확보하려면 64석이 필요하다. 이른바 '승패 라인'이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현 13석을 유지한다고 해도 자민당이 얻어야 하는 의석은 51석. 자민당의 현 지지율을 고려할 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그런 점에서 일본 정치권에선 "자민당이 45석 이상만 차지하면 아베의 정권 연장에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베 총리의 '생존 라인'이다. 참의원 선거가 중의원 선거보다 의미가 떨어지는 데다 아베 총리에 대적할 만한 당내 경쟁자도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옛 자민당 출신 의원들로 구성된 '국민신당'을 끌어들이면 과반수를 채울 수도 있다.

의석이 그 이하일 경우 퇴진 압박이 가중될 전망이다. 1998년 참의원 선거 때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총리가 44석을 획득하자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포스트 아베'의 후보로 대중적 인기가 높고 아베 총리도 호감을 갖는 아소 다로(生太郞) 외상을 1순위로 꼽고 있다. 본인도 의욕이 강하다. 일각에선 최대 파벌 '마치무라(町村)파(옛 모리파)'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을 거론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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